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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영화<🎬 논나 (Nonnas) (2025)> 소리로 빚어낸 정성과 온기, 주방에서 시작된 인생 이야기

by lovelyjjjjj 2025.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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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왓챠

 

 소리로 빚어낸 정성과 온기, 주방에서 시작된 인생 이야기


 서론

 2025년 5월 9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논나(Nonnas)》는 요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따뜻한 인간 드라마이지만, 단순한 요리 영화나 휴먼 코미디의 틀에 갇히지 않고 섬세하게 감정선을 짚어 나가는 작품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이탈리아계 할머니 셰프들인 ‘논나’들과 함께 일하게 된 젊은 셰프 제이슨의 여정을 그리며, 음식이라는 매개를 통해 세대 간의 가치 충돌과 화해, 기억의 복원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영화가 특히 인상 깊은 이유는 바로 그 모든 감정과 변화의 흐름을 시각보다 청각, 즉  ‘소리’ 로 먼저 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논나》는 사운드를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로 끌어들이며, 정제된 생활음과 의도된 침묵을 통해 감정의 레이어를 입히는 드문 작품이다.


 1. 주방의 리듬은 칼질과 국자 소리로 완성된다

 영화의 초반부, 제이슨이 식당 주방에 처음 들어서면서 만들어내는 사운드는 날카롭고 일정한 리듬을 갖는다. 칼끝이 도마에 부딪히는 빠른 박자, 접시를 쌓는 정돈된 소리, 후라이팬 위에서 재료가 튀는 소리 등은 젊은 셰프의 정밀하고 성급한 성향을 드러낸다. 반면 논나들의 움직임은 훨씬 느리고 안정적이며, 손끝에서 나는 마찰음, 오래된 냄비에 국자를 넣고 젓는 소리, 천천히 끓는 소스 냄비의 울림은 한 세기를 넘은 요리의 연륜과 전통의 무게를 소리로 전달한다. 이처럼 서로 다른 박자의 요리 리듬은 시청자가 두 세대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만든다. 특히 도마와 칼질의 템포, 오븐 문을 여닫는 시간 간격, 주방에서 주고받는 손동작의 속도는 대사 없이도 관계의 조화를 예고하거나 갈등을 암시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으로 보면, 《논나》는 주방의 모든 사운드를 캐릭터화하여 인물의 성격, 감정 상태, 서사적 긴장을 정밀하게 배치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2. 대화보다 깊은 정서를 만든 건, 침묵과 배경음

 이 영화는 침묵을 가장 정교하게 사용하는 영화 중 하나다. 논나 중 한 명이 과거 이야기를 떠올리며 아무 말 없이 반죽을 손으로 늘리는 장면에서는 음악도, 대사도 없이 밀가루가 테이블에 부딪히는 소리, 손끝에서 발생하는 작은 마찰음만으로 감정이 전개된다. 제이슨이 처음으로 논나의 레시피를 따라하며 혼란을 겪는 장면에서도 불필요한 효과음 없이 조리 도구의 충돌음과 조리 과정의 리얼한 소리만으로 극의 몰입감을 높인다. 이러한 연출은 감정을 직접 설명하는 대신, 관객이 상황을 듣고 감지하게 만든다. 또한 인물 간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는 순간에도 음악 대신 냉장고의 모터 소리, 멀리서 울리는 식당 벨소리 같은 생활음이 배치되어 심리적 긴장감을 배가한다. 이것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고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운드 중심 연출의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점에서 《논나》는 소리의 여백으로 감정을 말하는 영화이며, 사운드 디렉터의 작업이 서사의 핵심을 이루는 구조적 중심축으로 기능한다.


 3. 음악이 아닌 손끝의 진동이 말해주는 사랑

 감정의 전환점에서도 이 영화는 대사보다 소리를 먼저 배치한다. 다툼 이후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 식탁 장면에서 논나가 조용히 접시를 건네는 순간 들리는 그릇의 마찰음, 포크가 닿는 금속음, 물을 따르는 유리병의 울림은 침묵 속에서도 관계가 회복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클라이맥스에서는 처음으로 제이슨과 논나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요리가 완성되고 손님 앞에 서빙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조차도 극적인 음악 없이 주방 문이 열리는 소리, 그릇이 탁자에 내려앉는 둔탁한 음향, 고객의 포크가 요리에 닿는 찰나의 금속성 울림만으로 연출된다. 사운드는 그 순간의 떨림과 감정을 더 깊게 전달하며, 관객에게도 인물의 심리적 변화가 생생하게 전달된다. 영화 후반, 하루를 마무리하며 논나들이 조용히 주방 정리를 마칠 때 전등 스위치를 끄는 ‘딸깍’ 소리, 커피머신이 꺼지는 순간의 미세한 진동은 영화 전체를 마무리하는 사운드 시그니처로 기능한다. 《논나》는 음악을 절제하고, 일상적인 도구와 손끝의 떨림, 기계의 반복음 등을 활용해 극적 정서를 설계한 작품으로, 청각을 통해 감정의 흐름을 인지하는 완성도 높은 사례다.


 결론: 소리로 빚어진 기억, 삶의 온도를 담은 한 편의 요리

 《논나》는 주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펼쳐지는 것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인생의 다층적인 관계와 기억, 치유의 서사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말보다도 소리로 먼저 전달된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에서 보면, 이 영화는 등장인물의 정서와 서사의 전환점을 모두 소리로 설계한, 뛰어난 청각 내러티브 영화다.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손끝의 떨림으로 표현하고, 음악보다 침묵 속 주방의 호흡으로 감정을 끌어내며, 마지막 장면까지 귀에 남는 사운드의 여운으로 영화를 완성한다. 《논나》는 우리가 듣고도 지나쳤던 주방의 소음 속에서 따뜻함과 진심을 건져 올리고, 그것을 기억하게 만든다. 단순히 시청각적 만족이 아니라, 감정의 리듬을 따라가는 청각적 체험으로서의 가치가 담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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