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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영화<🎬 브릭레이어 (BRICKLAYER) (2025)> 총성과 침묵 사이, 소리가 설계한 첩보 액션의 미장센

by lovelyjjjjj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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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씨네21

 총성과 침묵 사이, 소리가 설계한 첩보 액션의 미장센


서론: 벽돌 하나로 시작된 세계 위협, 그리고 소리로 드러나는 진실

 2025년 5월 28일 개봉 예정인 영화 《브릭레이어(BRICKLAYER)》는 전직 CIA 요원이 다시 임무에 투입되는 클래식한 첩보 액션을 바탕으로, 익숙하지만 긴장감 넘치는 전개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다소 전형적인 설정일 수 있으나, 이 영화는 다른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바로 ‘사운드’로 텐션을 설계하고, 침묵으로 정체를 묘사하는 감각적 연출력이다.
 《브릭레이어》는 탄환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침묵의 연출을 통해 액션 서사를 구축하며, 청각적 몰입감으로 극의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작품이다.


본론 1: 공간을 감지하는 소리 — 정보보다 빠른 청각적 추적

 첩보물의 핵심은 ‘정보’이고, 그 정보는 ‘소리’를 통해 전달되거나 은폐된다.
《브릭레이어》는 이 원칙을 가장 정직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적용한다. 초반, 요원이 폐창고에서 움직일 때 관객은 시야보다 먼저 바닥에 부딪히는 빗물 소리, 창틀에 울리는 바람 소리, 그리고 목울대에서 올라오는 긴장된 숨소리를 듣게 된다. 이는 단순한 분위기 조성을 넘어서, 주인공의 감정 상태와 위치 인식 능력을 대변하는 장치다. 관객은 소리를 따라 공간의 구조를 추론하고, 심지어 적의 위치를 눈보다 먼저 감지하게 된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각에서 이 영화는 공간감 형성을 위한 음향 설계가 매우 뛰어난 작품이며, 시각적 장면 없이도 위치, 거리, 방향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청각 중심의 연출이 돋보인다.


본론 2: 총성과 침묵, 속도의 연출을 바꾸는 음향의 공존

 《브릭레이어》는 총격 액션이 많은 영화지만, 모든 총격이 같은 방식으로 설계되진 않는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총성이 클수록 침묵이 깊어진다’는 구조적 패턴이다. 한 장면에서는 요원이 적의 습격을 받으며 가까스로 탈출하는 시퀀스가 등장하는데, 총소리 자체보다도 총을 쏘고 난 후의 반동 소리, 탄피가 떨어지는 금속음, 이어지는 침묵의 길이가 더 깊게 설계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한 총격의 쾌감이 아니라, 공포와 후폭풍의 심리까지 표현하는 사운드 연출이다.
또한 자동차 추격신에서도 배경음악보다 중요한 건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마찰음, 도로의 물기를 가르는 소리, 그리고 충돌 직전의 짧은 무음 효과다. 이 정적은 관객의 심리적 긴장을 극대화하며, 사운드를 통한 감정 조절이 리듬과 심박수를 동시에 조율하는 효과를 준다.


본론 3: 정보전과 감정전 사이, 음악과 효과음의 긴밀한 설계

 이 영화는 단순한 첩보 액션을 넘어서, 요원과 적 사이의 심리전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그리고 그 미세한 감정의 흐름을 전하는 건 대사나 표정보다도 사운드 디자인과 음악의 교차 편집이다. 특히 결정적인 장면에서 등장하는 여성 해커와 요원 간의 대립 장면에서는 배경음이 의도적으로 전자음과 디지털 노이즈 중심으로 구성되며, 현실과 가상 공간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때 음향은 단순한 효과음을 넘어, 서로의 감정과 판단을 교차시키는 내러티브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 고요한 장면에서 등장하는 현악기 중심의 삽입곡은 과잉된 감정을 유도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상처와 망설임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이는 사운드가 기능이 아닌 감정으로 작동하는 구조이며, 액션보다도 서사의 정서를 확장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론: 사운드로 벽을 쌓고, 침묵으로 벽을 넘다

 《브릭레이어》는 기존 첩보 액션 장르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그 속을 채우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 영화는 청각 중심의 몰입과 심리적 리듬 설계를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며, 긴장과 감정을 동시에 설계해낸다. 벽돌처럼 하나씩 쌓아 올린 소리, 그 위에 얹은 침묵, 그리고 그 사이를 관통하는 음악은 단지 분위기를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물의 감정, 공간의 구성, 극의 호흡을 조정하는 완벽한 청각적 구조물이다. 총격보다 무서운 건 침묵이고, 폭발보다 날카로운 건 타인의 숨소리일 수 있다는 사실을 《브릭레이어》는 소리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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