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개의 초능력, 다섯 개의 소리로 맞붙다
서론
2025년 5월 30일, 극장가에 신선한 에너지를 몰고 온 영화 《하이파이브(HI-FIVE)》는 초능력이라는 익숙한 소재에 ‘일상의 소리’를 더해 전혀 다른 리듬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다섯 명의 인물이 각기 다른 능력을 갖고 펼치는 이야기지만, 이 영화가 돋보이는 지점은 바로 시각이 아닌 청각 중심의 감각적 구성이다. 액션과 SF 요소가 가미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과도한 CG나 음향 폭발 대신 섬세한 음향 설계로 인물의 감정과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특히 ‘소리’를 단순한 배경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초능력의 발현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사운드 디렉터의 입장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례라 할 수 있다.
1. 초능력은 손끝에서, 울림은 주변 소리로부터 시작된다
영화의 중심에는 다섯 명의 인물이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는데, 어떤 인물은 물체를 공중에 띄우고, 어떤 인물은 시간을 느리게 만들며, 또 다른 인물은 사람의 기억을 읽어낼 수 있다. 놀라운 점은 이러한 ‘힘’이 시각적 효과보다 청각적 표현으로 먼저 감지된다는 것이다. 공중에 뜨는 책상은 바람 소리 대신 미세한 공기의 진동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시간을 멈추는 순간엔 무거운 침묵이 공간을 가득 채우며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특히 기억을 읽는 장면에서는 주변의 소음이 점차 흐려지다 특정 음향만이 강조되는데, 이는 마치 하나의 감각이 확장되고 다른 감각이 닫히는 듯한 효과를 준다. 이러한 설정은 관객이 초능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듣게’ 만들며, 영화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2. 갈등과 협업의 리듬은 대사보다 소리로 조율된다
다섯 인물이 처음엔 충돌하며, 점차 하나의 팀으로 조화를 이루는 과정도 사운드로 흥미롭게 연출된다. 의견이 갈릴 때는 음향이 분산되고 각자의 움직임이 따로 놀며 공간이 분열된 느낌을 준다. 반면 이들이 진정한 팀으로 협업하기 시작할 때는 일관된 리듬감이 장면 전체에 깔리며 음악과 효과음, 인물 동선까지 조화를 이루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클라이맥스에서 다섯 명이 동시에 능력을 사용해 악당의 공격을 막는 장면은 마치 다섯 악기가 협연을 하는 듯한 감각을 준다. 손끝이 닿는 순간의 효과음, 서로의 움직임을 인식하며 조율되는 호흡, 그리고 공간을 가득 메우는 특유의 웅장한 음향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울림을 만들어낸다. 대사보다 이들의 ‘사운드 호흡’이 팀워크를 더 확실하게 보여준다.
3. 일상의 공간을 SF적 공간으로 바꾸는 것은 시각이 아닌 청각이다
《하이파이브》는 SF적 세계관을 거대한 미래도시가 아니라 익숙한 현실 공간 속에 구현해낸다. 이 영화가 특히 주목받는 지점은 바로 평범한 공간을 비일상적으로 만드는 데 청각적 장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학교 복도, 주차장, 골목길, 도서관 등 우리가 잘 아는 공간이 초능력이 발현되며 새로운 감각의 무대로 바뀌는데, 이는 카메라 워크보다도 사운드가 먼저 변화의 포문을 연다. 예를 들어 도서관에서 시간 능력을 사용하는 장면은 종이 넘기는 소리가 멈추고, 시계 초침이 길게 울리며 공간 전체가 정지된 듯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장면 구성은 사운드 디렉터의 개입이 단순한 기술적 보조가 아닌, 영화의 감정과 서사를 주도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결론: 소리를 통해 완성된 새로운 히어로 유니버스의 출발점
《하이파이브》는 단순한 초능력 액션물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물 간의 교감과 성장, 그리고 팀워크를 사운드를 통해 구현하며, 히어로 영화의 문법을 ‘소리’로 재해석한 새로운 시도라 할 수 있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에서 바라본다면, 이 영화는 음향이 배경이 아닌 중심에 서서 장면을 리드하는 보기 드문 구조를 지닌 작품이다. 시끄러운 효과음보다는 절제된 리듬감과 감정을 반영한 소리 설계가 돋보이며, 영화 속 초능력도 사운드를 통해 보다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히어로 영화에 익숙한 관객도, 새로운 감각의 서사를 원하는 관객도 만족시킬 수 있는 《하이파이브》는, 다섯 개의 능력처럼 각기 다른 음향 요소가 조화를 이루며 하나의 하모니로 완성된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