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봄, 사운드로 되살아나는 두 소년의 비극
🎧 서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 사운드, 감정의 층을 더하다
2025년 10월 16일 개봉예정인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JUJUTSU KAISEN: Hidden Inventory / Premature Death - The Movie)은 시리즈의 핵심 인물인 ‘고죠 사토루’와 ‘게토 스구루’의 학생 시절 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입니다. 익히 알려진 이 둘의 파국적 결말은 이미 팬들 사이에 강한 인상을 남긴 바 있지만, 이번 극장판은 두 사람의 ‘붉은 봄’이 어떻게 절망으로 향하게 되었는지를 오롯이 음향의 언어로 풀어냈습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점에서 이번 작품은 캐릭터의 감정선과 내면 세계를 극적으로 증폭시키는 정교한 음향 설계가 돋보이는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정적과 폭발 사이: 잔잔함 속에 숨어 있는 파열음
영화 초반, 주술고등학교의 고요한 교정은고죠와 게토의 밝고 익살스러운 일상으로 채워집니다. 여기서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닌, 관객의 심리와 캐릭터의 결을 맞춰가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리코 아마나이를 호위하는 임무가 시작되면서, 평온했던 사운드 디자인은 고조되는 불협화음과 미묘한 음향 효과로 전환됩니다.
특히 사카모토 마이가 연출한 ‘침묵의 사운드’는 시청각적으로 공포감을 유발하며, 적대자인 ‘후시구로 토지’가 등장할 때마다 저음역대의 끈적한 긴장감이 귀를 때립니다. 소리의 밀도, 방향성, 주파수 분포가 치밀하게 계산된 덕분에 관객은 마치 전투의 한복판에 있는 듯한 입체적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2️⃣ 고죠 사토루, 절대자의 탄생을 사운드로 설계하다
이번 극장판의 백미는 단연 고죠 사토루의 각성 장면입니다. 그동안 감춰왔던 무한과 육면역의 능력이 폭발하는 순간,
사운드는 단순한 음악을 넘어 '존재감 자체를 재현하는 도구' 로 기능합니다.
이 장면에서 배경음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고요함 속 단 하나의 파동음이 고죠를 중심으로 확산됩니다. 이 파동은 전투의 리듬을 압도하는 동시에, 그가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로 거듭나는 ‘사운드적 상징’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고죠의 존재감은 시각적 연출보다 음향 연출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전달됩니다.
3️⃣ 게토 스구루의 몰락을 감싸는 슬픔의 음색
게토 스구루의 감정선은 극장판 전체의 정서적 주축입니다. 그의 내면이 무너지는 과정은 화려한 액션보다 잔잔한 사운드 레이어를 통해 오히려 더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예컨대, 사운드 디자이너는 ‘게토의 절망’을 표현하기 위해 첼로, 클라리넷, 심벌즈의 파편적인 리듬을 조합합니다. 이는 전형적인 비극적 선율을 피하고, 관객의 무의식 속 불안과 고통을 직접 건드리는 불안정한 감정선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리코의 마지막 장면 이후 게토가 홀로 서 있는 장면에서는 잔잔한 비와 함께 리코의 목소리가 잔향처럼 메아리치는 잔잔한 이펙트가 삽입됩니다. 그것은 단지 대사가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고통’이라는 음향적 비유입니다.
🎬 결론: 소리를 통해 다시 살아나는 잊지 못할 봄
극장판 〈주술회전: 회옥·옥절〉은 단순한 프리퀄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소리로 감정을 설계하고, 침묵 속에서 진실을 외치는 음향 드라마입니다. 음향 감독의 손길 하나하나가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입체적으로 구현했으며, 특히 고죠와 게토의 멜로디가 서로 엇갈리는 그 순간의 감정선은 단순한 액션 애니메이션을 넘어서 하나의 서정적인 비극으로 승화됩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관점에서 본다면,〈회옥·옥절〉은 '음향이 서사를 만든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입니다. 주술이라는 비현실적 세계 속에서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감정을 가장 설득력 있게 담아낸 것이 바로 이 영화의 사운드라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