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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영화<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사도신생(EVANGELION: DEATH (TRUE) 2 & REBIRTH) (2025)>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사운드의 해석

by lovelyjjjjj 2025.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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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사운드의 해석

 서론

 

 199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작품, <신세기 에반게리온> 이 극장판으로 다시 돌아왔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사도신생(EVANGELION: DEATH (TRUE) 2 & REBIRTH)>는 단순한 총집편이 아니다. 기존 TV 시리즈의 서사를 재해석하면서, 인간 내면의 불안과 존재의 공허를 오디오적 감각으로 확장한 영화다. 2025년 재개봉판은 리마스터링을 통해 영상뿐 아니라 사운드 믹싱과 음향 설계가 완전히 새롭게 정비되었다.
 이 영화의 핵심은 ‘전투’가 아닌 ‘침묵’이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감정이야말로, 에반게리온이 진정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다.


 1. 세계 붕괴의 기억 — Second Impact의 저주를 들려주는 사운드

 영화의 도입부에서 묘사되는 남극 실험 장면은, 그 어떤 폭발 장면보다 음향적으로 세밀하게 조정되어 있다. 거대한 폭음보다는, 저주파와 잔향의 여운이 관객의 심리를 압박한다. Second Impact를 단순한 ‘재난의 소리’가 아니라, 인류가 저질러버린 죄의 메아리로 들리게 만든 것이다. 특히 리마스터 버전에서는 저음의 질감이 한층 깊어졌다. 기존의 거친 아날로그 질감을 디지털 서브베이스로 정교하게 다듬으면서, ‘지구의 축이 틀어지는 순간’을 청각적으로 느끼게 한다. 이는 곧 ‘재난의 시각화’가 아닌 ‘소리의 인간화’로 이어진다. 사운드는 파괴가 아니라 기억의 형태로 남는다.


 2. 신지의 내면, 불협화음으로 만들어진 감정의 지도

 14세 소년 신지 이카리의 심리적 혼란은 음악과 효과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방식으로 표현된다. 그의 발걸음, 숨소리, EVA의 기동음—all of them act as extensions of his mind. 전투 장면에서 관객은 거대한 기계음보다 먼저 신지의 불안정한 호흡을 듣게 된다. 이때 사용된 불협화음의 현악기 편성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공명하는 공포’로 작동한다. 음향감독은 EVA의 금속적인 울림을 인간의 내장 소리처럼 조정해, 기계와 인간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릿하게 만든다. 그 결과, 관객은 전투의 폭력성을 시각이 아니라 청각으로 경험하게 된다. 소리의 피로감은 곧 신지의 내면 피로와 동일시되며, 그의 ‘도망치고 싶다’는 대사가 현실적으로 들린다.


 3. 신과 인간, 소리의 구조로 재구성된 종말

 후반부의 <REBIRTH> 파트는 ‘전투의 절정’이 아니라 ‘존재의 해체’에 가깝다. 여기서 음악은 더 이상 감정을 이끌지 않고, 오히려 감정을 차단한다. 고요한 피아노 솔로와 함께 들려오는 EVA의 기계음, 그리고 폭발 직전의 정적은 철저히 계산된 청각적 대비다. 특히, J.S. Bach의 클래식 선율과 인공적인 기계음의 충돌은 영화 전체의 철학을 대변한다.
이는 ‘신의 질서’와 ‘인간의 불완전함’의 공존을 상징하며, 인간이 신의 자리를 넘보려는 시도의 결과를 소리로 묘사한다. 마지막 장면에서의 정적은 단순한 여운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소리가 사라진 뒤 남은 ‘내면의 공명’이다. 그 침묵은 불안하면서도 아름답다. 관객은 그 속에서 자신이 EVA의 조종석에 앉아 있는 듯한 착각을 경험한다.


 결론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사도신생 (EVANGELION: DEATH (TRUE) 2 & REBIRTH)>는 시각보다 청각이 더 많은 것을 말하는 영화다. 리마스터링된 사운드는 과거보다 명확하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의 울림은 훨씬 복잡하다. 폭발과 함성, 그리고 정적의 조화를 통해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 구조를 해부하듯 드러낸다. 사운드 디렉터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단순히 음향적 완성도를 넘어,  ‘소리로 철학을 말하는 시도’ 로 평가할 만하다. 2025년의 관객에게 이 작품은 단순한 회상이나 복고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형으로 울리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떤 소리를 듣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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