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LA 명절 대소동
서론
2025년 10월 29일 개봉 예정인 영화 라리랑 (LArirang) 은 이민 2세대 가족의 복잡한 명절 풍경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낸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제목 ‘라리랑’은 한국의 대표 민요 ‘아리랑(Arirang)’ 과 LA를 합친 말로, 미국 속 한국 가족의 고단한 삶과 정체성의 혼란, 그리고 가족 간의 오해와 사랑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제 명절도 가족도 그만!”이라는 외침 속에 시작되는 이야기지만, 결국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끈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1. 명절의 전쟁터 — ‘그만!’ 외치는 가족들의 현실
주인공 ‘최춘배’ 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며, 고집 센 아내와 철없는 아들을 사이에 두고 하루하루 전쟁 같은 일상을 보냅니다. 그런 그에게 명절은 휴식이 아닌 ‘폭풍의 시작’입니다. 한국에서 딸 부부가 방문하고, 미국 문화에 익숙한 사위는 한국식 명절 인사조차 어색해하며 눈치 없이 굴고, 아들은 멕시코인 여자친구를 데리고 와 가족 간의 갈등은 폭발 직전으로 치닫습니다.
이 장면에서 사운드는 ‘혼란’ 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식탁 위의 젓가락 소리, 서로 다른 언어가 섞여 울리는 대화,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소리가 한데 겹치며, 가족이 서로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혼선을 ‘음향적 카오스’로 표현합니다. 감독은 이를 통해 명절의 소음이 단순한 소리가 아닌, 관계의 단절을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합니다.
2. 사라진 어머니 — 정적 속에서 울리는 그리움의 소리
모든 혼란의 절정은 ‘춘배의 어머니’ 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찾아옵니다. 여기서 영화의 톤은 코미디에서 드라마로 전환되며, 음향 디자인도 극적으로 변화합니다. 명절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사라지고, 바람 소리와 신호등의 깜빡임 소리만이 공간을 채웁니다.
이 장면의 사운드는 감정의 여백을 만들어 냅니다. 어머니를 찾는 가족들의 숨소리, 멀리서 들리는 차의 엔진음, 그리고 어머니가 흥얼거리던 ‘아리랑’의 잔향이 겹쳐지며, 가족이 잃어버린 ‘정(情)’ 과 ‘루트(root)’ 를 상징합니다. 특히 ‘아리랑’ 의 멜로디가 LA 거리의 소음 속에서 희미하게 섞여 들리는 순간, 관객은 한국인의 뿌리와 세대를 잇는 감정선을 소리로 체험하게 됩니다.
3. 소리로 이어지는 가족 — 다문화의 리듬 속 화해
결국 가족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다시 하나로 모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하는 ‘명절 식사’ 는 처음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이번엔 각자의 언어가 뒤섞이지만, 웃음소리와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자연스러운 리듬을 이루며 ‘화해의 사운드스케이프’ 를 완성합니다.
감독은 이 장면에서 음악 대신 ‘생활의 소리’ 를 중심으로 감정을 전달합니다. 냄비 끓는 소리, 할머니의 노래, 손자의 웃음소리까지, 모든 음향이 가족의 조화로운 하모니처럼 들립니다. 라리랑은 이민 사회 속 가족의 갈등을 단순히 말로 풀지 않고, 서로 다른 소리의 충돌과 조화를 통해 ‘공존의 가능성’을 들려주는 작품입니다.
결론
라리랑 (LArirang) 은 명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유쾌한 가족 코미디이지만, 그 안에는 문화의 충돌과 세대 간의 단절, 그리고 결국 서로를 향한 이해와 사랑이 녹아 있습니다. “No more holidays!” 라고 외치던 인물들이 결국 한 식탁에 모여 웃음을 나누는 순간, 관객은 가족이라는 단어의 복잡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됩니다. LA의 소음 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리랑’의 선율은, 이민 세대가 잃지 않은 정체성과 따뜻한 유대감을 상징하며 깊은 감동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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