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울린 공포의 전화, 되살아난 죽음의 목소리
서론
2022년 호러 영화 블랙폰 이 보여준 서늘한 공포가 다시 돌아왔다. 블랙폰 2 (The Black Phone 2) 는 2025년 10월 29일 개봉을 앞두고, 전편의 생존자 ‘피니(메이슨 텀즈)’와 그의 여동생 ‘그웬(매들린 맥그로)’이 또다시 악몽 같은 현실에 맞서는 이야기를 펼친다. 죽음의 전화가 다시 울리며, 한때 죽은 자의 목소리로부터 살아남았던 피니는 이제 그 공포의 발신자로부터 복수를 당하는 입장이 된다. 이번 속편은 단순한 호러를 넘어,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과 공포”라는 심리적 주제를 음향적 공포로 풀어낸 작품이다.
1. 소리의 귀환 — 전화벨로 되살아나는 죽음의 기억
이 시리즈의 상징은 단연 ‘벨소리’ 다. 블랙폰 2의 오프닝은 한 통의 전화벨로 시작된다. 사운드 디자인은 이전보다 훨씬 정교하고 잔혹하게 설계되었다. 단순한 벨소리가 아닌, 미세한 진동과 함께 들리는 숨소리, 금속성의 노이즈, 멀리서 들려오는 잔향이 혼재되며 관객의 심리를 압박한다.
피니가 전화벨을 듣는 순간마다 사운드는 주관적으로 변형된다. 벨소리가 점점 인간의 울음소리로, 그리고 과거 피해자들의 목소리로 겹쳐지며 그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 ‘청각적 트라우마’는 피니의 죄책감을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형상화한 장치다. 전화벨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공포의 원천이자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매개체다.
2. 어둠 속의 메시지 — 망자의 음성, 복수의 메아리
이번 작품에서 그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죽은 자의 비전을 보는 능력을 가진 그녀는, 피니가 다시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지만, 전화 속에서 들려오는 ‘망자의 목소리’는 점점 더 현실을 침식한다. 이 음성들은 왜곡된 주파수로 처리되어, 관객이 실제로 듣고 있는지 환청인지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
특히 주목할 만한 장면은, 피니가 어두운 방에서 전화를 받을 때 들려오는 다중 음성이다. 여러 명의 피해자 목소리가 겹쳐지고, 그중 한 목소리가 갑자기 ‘Grabber’의 목소리로 변한다. 이 장면의 사운드 편집은 실제로 인간의 불안 반응을 유발하는 저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관객의 신체적 긴장을 높인다. 박동, 숨소리, 떨림 같은 비음악적 소리들이 공포의 리듬을 만든다.
3. 생존자의 심리 — 공포보다 깊은 죄책감의 소리
블랙폰 2의 중심은 ‘살아남은 자의 고통’ 이다. 피니는 단순히 과거의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영화는 그가 듣는 전화벨을 실제 소리인지, 환상인지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다. 그가 잡음 속에서 들은 ‘너는 왜 나를 구하지 않았어?’라는 목소리는, 단순한 망자의 말이 아니라 그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자책의 음성이다.
이때 배경음악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이 사운드의 일부로 작동한다. 벨소리와 숨소리 사이의 정적이 관객의 심박수를 높이고, 정적이 끊긴 순간의 소리 폭발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러한 음향의 대비는 ‘공포의 크레셴도’를 완성하며, 인간의 심리를 사운드로 해부하는 정교한 연출로 이어진다.
결론
블랙폰 2 (The Black Phone 2) 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다. 살아남은 자가 과거의 망령과 마주하는 심리적 공포극이며, 사운드를 통해 기억과 죄책감, 복수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죽은 자의 목소리가 다시 전화를 통해 세상으로 돌아올 때, 그것은 단순한 유령의 속삭임이 아니라 인간 내면의 어둠이 울리는 경고음이다. 이번 작품은 공포의 ‘소리’ 가 어떻게 인간의 내면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집요하게 탐구한다. 그 전화벨이 울릴 때, 당신은 과연 전화를 받을 용기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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