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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영화<부전시장(2025)> 소리로 완성된 황혼의 온기와 침묵의 무게

by lovelyjjjjj 2025.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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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앙이코노미뉴스

 

 부전시장(2025): 소리로 완성된 황혼의 온기와 침묵의 무게

 1. 서문

 부산의 정취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영화 《부전시장》(2025)은 한 노인의 시한부 선고를 계기로 부전시장 내 인물들이 삶과 죽음, 사랑과 존엄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다. 삶의 끝자락에서 펼쳐지는 노인들의 갈등과 화해, 선택과 후회가 고요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 영화는, 단순한 휴먼 드라마를 넘어선다. 특히 사운드 연출은 대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며, 이들의 감정선과 관계, 시대의 질감을 한 겹 더 얹는다.

 관객이 마주한 것은 ‘소리로 듣는 부전시장’이다. 일상적인 배경음 하나, 조용한 침묵 하나에도 서사가 녹아 있다. 이 글에서는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에서 《부전시장》의 주요 장면과 소리의 서사를 분석해본다.


 2-1. 일상의 소리, 정서를 증폭시키다

영화는 부산 부전시장의 리얼한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 현장 녹음에 가까운 환경음을 적극 활용한다. 시장통의 활기찬 상인 목소리, 좌판을 정리하는 쇠소리, 콜라텍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음악 등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정서와 감정 상태를 입체적으로 만들어준다.

만복이 쓰러지기 전 콜라텍에서 흐르던 트로트의 리듬은 쓸쓸한 순간조차도 익숙한 일상의 일부처럼 포장하지만, 이후 반복되는 ‘정적’은 반대로 그가 겪는 외로움을 배가시킨다. 소리의 유무 자체가 이야기 전환의 장치가 된다.


 2-2. 침묵과 숨소리, 인간 내면의 고백

 《부전시장》의 백미는 ‘침묵’의 미학에 있다. 대사 없는 장면에서 울리는 한숨, 고요한 방 안의 숨소리, 코고는 소리조차 인물의 삶을 반영한다. 특히 만복이 병원에 누워있을 때 들리는 낮은 기계음과 고르지 못한 호흡은 죽음을 앞둔 노인의 불안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오수와 민영이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어떠한 음악도, 대사도 없이 마치 숨결만으로 교감이 오가는 연출이 이어진다. 이는 관객에게 불필요한 감정 과잉 없이도 깊은 감정선을 이입하게 만든다. 음향감독의 치밀한 의도가 담긴 장면이다.


 2-3. 음악, 기억을 소환하는 장치

 삶의 황혼에 접어든 인물들에게 음악은 ‘기억의 소환 장치’로 기능한다. 콜라텍에서 울리는 올드 팝과 트로트는 등장인물들의 청춘, 잃어버린 사랑, 지나간 가족과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며, 시청자들에게도 그 감정을 공유하게 만든다.

 특히 ‘만복’이 마지막으로 콜라텍에 등장해 음악에 맞춰 살짝 리듬을 타는 장면은, 죽음을 앞둔 인물이 삶을 회고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처럼 느껴진다. 단조로운 선율이 아니라 생의 모든 감정을 응축한 음악 연출은 《부전시장》의 감성적 완성도를 끌어올린 핵심이다.


 3. 결론

 《부전시장》은 사운드를 통해 노인의 고독, 공동체의 연대, 그리고 생의 마무리에 대한 성찰을 고스란히 전하는 수작이다. 거창한 음악이나 극적인 효과음 없이도, 일상의 사운드와 침묵, 그리고 섬세하게 배치된 음악만으로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고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소리는 이 영화에서 또 하나의 등장인물이다. 말보다 강한 침묵, 음악보다 깊은 숨소리, 배경보다 살아있는 환경음. 《부전시장》은 ‘소리의 서사’를 통해 황혼의 이야기를 전한다.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그리고 그 울림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서도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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