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소리로 그리는 성장과 유대의 선율
1. 서문
2025년 4월 24일 개봉을 앞둔 《극장판 뱅드림! 잇츠 마이고!!!!! 전편: 봄의 양지, 방황하는 고양이》 는 수많은 밴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한층 더 현실적인 감정선과 음악 중심의 서사를 그리며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해온 BanG Dream!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특히 이번 극장판은 ‘MyGO!!!!!’라는 새로운 밴드의 결성과 그 속에 얽힌 청춘의 상처, 방황,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담아내며 팬뿐 아니라 밴드 애니메이션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도 진한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음향감독의 시선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면, 기타 사운드 하나하나에 깃든 캐릭터의 감정, 라이브 하우스에서 울려 퍼지는 공간음의 설계, 그리고 음악을 통해 관계가 회복되는 감정적 서사를 섬세하게 구축한 사운드 디자인의 진화를 느낄 수 있다.
2-1. 기타의 울림으로 전해지는 정체성의 서사
기타는 이 작품의 핵심 도구이자 캐릭터의 내면을 상징하는 목소리다. 주인공 카나메 라나(라나) 는 말보다 기타로 감정을 표현하는 인물로, 그녀의 연주는 단순한 연주 장면을 넘어 감정 전달 수단으로 기능한다.
- 불안정한 프레이즈: 초반부 라나의 기타는 여백이 많고 거칠며, 사회와의 유대가 단절된 채 살아가는 인물의 내면을 투영한다. 스트로크의 힘조절, 미세한 박자의 흔들림 등이 자연스럽게 불안정한 정서를 표현한다.
- 밴드 합주 속의 조화: MyGO!!!!! 멤버들과 함께하며 점차 연주가 안정되고, 코드 진행과 프레이즈가 유기적으로 흐르며 관계 회복의 정서를 전한다. 음악을 통한 성장 서사가 가장 음악적으로 실감나는 장면이다.
- 라이브 하우스 RiNG의 공간음: 극 중 중요한 무대가 되는 라이브 하우스는 기타와 드럼이 울릴 때 벽에 반사되는 잔향이 사운드로 구현되어, 실제 공연장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한다.
2-2. 사운드와 무대가 결합된 감정의 클라이맥스
극 중 가장 감정이 폭발하는 라이브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드문 실제 연주감과 공연의 현장성을 사운드로 구현해냈다.
- 디지털 믹싱의 입체적 활용: 보컬,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의 밸런스가 라이브처럼 변화하며, 마치 관객으로서 무대 앞에 있는 듯한 착각을 준다.
- 음의 질감 표현: 디스토션이 걸린 기타톤, 슬랩 베이스의 타격감, 드럼의 킥음 등은 사운드 레이어를 정교하게 나누어 믹싱되며, 캐릭터 간 감정 충돌과 화해가 악기들 간의 긴장과 해소로 표현된다.
- 관객의 환호성과 앰프 울림: 공연 장면에서는 앰프에서 번지는 노이즈, 마이크 피드백, 관객의 박수 소리까지 섬세하게 설계돼 현실의 작은 공연장을 오롯이 담아낸다.
이 장면들은 단순히 음악 퍼포먼스의 제시가 아닌, 음향을 통한 감정의 클라이맥스 전달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2-3. ‘방황’과 ‘보금자리’를 표현하는 배경음악
이번 극장판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는 BGM의 활용이다. 단순한 장면 전환용이 아닌, 캐릭터의 정체성과 감정선을 깊이 있게 설계하는 데 기여한다.
- 미니멀한 건반과 기타 리프: 라나의 혼자 있는 장면에서는 단조로운 리프와 짧은 잔향의 건반이 함께 사용되어, 거리감과 고독감을 사운드로 전달한다.
- 밝은 선율의 전환: 밴드에 합류하고 멤버들과 유대감을 형성해가는 장면에서는 장조 코드와 어쿠스틱 기타, 밝은 스트링이 혼합되어 감정의 상승곡선을 설계한다.
- 고양이를 상징하는 음향 장치: 작품의 부제 ‘방황하는 고양이’에 맞춰, 어디선가 들리는 방울 소리나 낮은 저음의 스트링이 라나의 자유롭고 예측할 수 없는 내면을 표현하는 장치로 활용된다.
이러한 배경음악은 대사나 연출 이상의 역할을 하며, 음향만으로도 캐릭터를 이해하게 만드는 서사적 사운드로 기능한다.
3. 결론 – 기타가 이끄는 방황의 끝, 사운드로 완성되는 ‘공명’
《극장판 뱅드림! 잇츠 마이고!!!!! 전편: 봄의 양지, 방황하는 고양이》 는 방황하는 소녀와 밴드라는 ‘보금자리’의 만남을 기타 소리로 그려낸 작품이다. 그리고 이 모든 정서를 연결하는 건 ‘사운드’다.
기타를 둘러싼 소리의 디테일, 캐릭터와 무대의 감정을 충실히 반영한 효과음, 공연 장면에서 터지는 현실감 넘치는 믹싱 모든 것이 어우러져 관객은 캐릭터와 함께 공명한다. 사운드 디렉터의 입장에서 이 작품은 그야말로 청춘 밴드 애니메이션 사운드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5월 개봉 예정인 후편을 앞두고, 이 전편은 단순한 프롤로그가 아니라, 음향적으로도 완성도 높은 독립 서사임을 증명한다. 관객과 함께 울고 웃는 기타 소리가 끝나기 전까지, 당신도 어느새 라나와 같은 고양이가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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