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운드가 완성한 로보코들의 대충돌
서론
극장판으로 다시 돌아온 극장판 나와 로보코 (Me & Roboco The Movie) (2025) 는 갑자기 평행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로보코들이 한 세계에 등장하며 벌어지는 혼돈을 그린 작품입니다. 무뚝뚝하지만 정 많고 사랑스러운 로보코가 다양한 버전으로 분화되어, 서로 싸우고 부딪히며 이야기가 폭발적으로 전개됩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주인공 앞에서 ‘무릎 알림’이 울리는 모습으로 시작되며, 갑작스러운 이질적인 사운드와 함께 평행세계의 균열이 열리고, 해적왕 로보코 등 개성 강한 로보코들이 등장하며 영화는 빠르게 무대로 돌입합니다.
사운드 디렉터 관점에서 이 영화가 어떻게 소리와 음향 연출을 통해 ‘혼돈 속에서 웃음이 폭발하는 세계’를 완성했는지 분석하고자 합니다. 코미디와 액션이 동시에 존재하는 만큼, 단순히 소리를 더 크게 하거나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성·장면의 감정·웃음의 타이밍을 정밀하게 조율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음향 설계가 어떻게 영화의 개성을 강화하고 관객의 몰입을 끌어올렸는지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본론
극장판 나와 로보코는 작품 전체가 ‘다른 세계에서 튀어나온 로보코들이 한 도시를 들썩이게 만든다’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각 로보코들이 어떤 세계에서 왔는지, 어떤 개성을 갖는지, 어떤 서사를 배경에 갖고 있는지 사운드만으로도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름은 같지만 각자의 세계관과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소리를 통해 개성을 확실히 구분한 것 같습니다.
가령 해적왕 로보코가 등장할 때는 금속이 갈리는 굵고 저음의 사운드, 배가 흔들리는 듯한 낮은 울림, 거친 바람의 질감 등이 겹쳐지며 ‘기세 좋은 침략자’ 같은 인상을 청각적으로 전달합니다. 반면 기본 버전 로보코는 기존 TV 시리즈에서 보여주었던 익숙하고 안정적인 기계 소음, 말끝이 톡 튀는 경쾌한 효과음, 생활 속에서 들리는 작은 음색들을 유지하여 중심이 되는 로보코임을 명확하게 강조합니다.
또한 영화에는 ‘침략자 로보코’ 같은 존재도 등장하여, 소리 자체를 조금 불쾌하고 불안하게 설계했습니다. 사람 목소리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약간은 기계적으로 왜곡된 잔향, 공간에서 울리는 메아리, ‘조금 이상하다’라는 인상을 주는 고주파를 넣어 관객이 시각으로 보기 전에도 감정적으로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연출을 실험했습니다.
액션 장면에서는 코미디 특유의 타격감과 박력을 동시에 살렸습니다. 예를 들어 로보코들이 서로 부딪히거나 발차기를 할 때 단순 효과음을 넣지 않고, 캐릭터마다 타격음의 무게·질감·반동 소리를 다르게 설계했습니다.
해적왕 로보코는 묵직하고 쇳덩어리가 부딪히는 소리, 기본 로보코는 좀 더 탄성 있고 둔탁한 소리, 침략자 로보코는 유리나 섬광이 파열되는 느낌 등으로 차별화해 관객이 ‘누가 때렸는지’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또한 극장판에서는 ‘웃음의 타이밍’도 사운드 편집의 핵심이었습니다. 로보코 특유의 개그는 타이밍이 생명인데, 어떤 장면은 효과음이 들어가는 순간 관객이 웃고, 어떤 장면은 효과음을 잠시 비우는 것을 활용 하였습니다. 때문에 편집 과정에서 몇 초 단위가 아니라 프레임 단위로 타이밍을 조절하며 가장 강하게 웃음이 터지는 지점을 찾는 과정을 했습니다.
전체 사운드 믹싱은 기존 TV판의 톤을 유지하되, 극장 규모로 확장된 공간에서 느껴지는 현장감, 유쾌한 소리의 밀도, 전투 장면의 에너지, 그리고 개그와 긴장감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리듬을 정밀히 조율했습니다. 관객이 단순히 ‘재미있는 소리’라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들의 감정선이 사운드로 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결론
극장판 나와 로보코는 평행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로보코들이 혼란을 일으키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 혼란이 단순히 화면 속 움직임만으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음향을 통해 더 확실하게 전달되도록 구성된 작품입니다. 각 로보코가 가진 개성, 세계관, 감정, 분위기를 소리로 설계하면서 관객이 보는 것이 아니라 듣기만 해도 ‘어떤 로보코인지’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 과제입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관점에서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 바로 코미디와 액션이 뒤섞인 세계에서, 소리에 따라 웃음의 타이밍이 조금만 달라져도 반응과 몰입도가 완전히 바뀌었다는 접입니다. 그만큼 섬세하게 조율해야 했던 작품이었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극장판 나와 로보코는 음향이 작품의 정체성과 재미를 하나로 묶어낸 결과물이라고 확신합니다.
코미디적 리듬, 액션의 박력, 캐릭터성의 개성, 그리고 극장 공간에서 들리는 현장감을 모두 하나로 완성한 작품으로서, 관객 여러분에게도 ‘보는 재미와 듣는 재미가 동시에 살아 있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영화(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영화<엔드 오브 에반게리온 (The End of Evangelion) (2024)> 사운드가 완성한 종말의 감정 구조 (0) | 2025.11.18 |
|---|---|
| 영화<총알탄 사나이 (The Naked Gun) (2025)> 소리로 정교하게 완성되는 슬랩스틱 구조 (0) | 2025.11.17 |
| 영화<제이 켈리 (Jay Kelly) (2025)> 소리로 그려낸 두 남자의 시간과 여정 (1) | 2025.11.16 |
| 영화<주토피아 2 (Zootopia 2) (2025)> 소리로 다시 태어나는 거대한 도시의 결 (0) | 2025.11.15 |
| 영화<나 혼자 프린스(Alone Prince: Love Barista) (2025) > 소리가 그리는 감정의 여정 (0) | 2025.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