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Drama)

시리즈<프로보노(Pro Bono)(2025)> 법정보다 소리가 더 많은 진실을 말하는 순간들

by lovelyjjjjj 2025. 12. 5.
반응형

 

출처:나무위키

 법정보다 소리가 더 많은 진실을 말하는 순간들


 서론

 tvN 드라마  프로보노(Pro Bono)(2025) 는 승진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한 판사가 뜻밖의 사건으로 인해 대형 로펌 공익팀으로 밀려나면서 벌어지는 인간적인 성장과 현실적 갈등을 다루는 작품이다. 그 흐름을 사운드디렉터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이 드라마는 단지 법률적 절차나 사건 해결에 집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의 감정 변화와 관계의 균형을 소리의 변화로 섬세하게 드러내는 구성을 갖추고 있다.

 특히 공익팀이라는 공간은 조직 내부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고, 성과와 화려함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다. 이러한 설정은 소리의 톤을 통해 더욱 명확하게 표현된다. 반대로 판사로 살던 시절의 주인공은 항상 정제된 소리, 질서와 규율이 느껴지는 소리 속에 자리했지만, 공익팀에서는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는 소리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이 소리의 조합은 인물의 흔들림과 감정의 조정 과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장치로 작용한다.


 본론

 프로보노의 핵심은 판사 출신 주인공이 공익팀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에 내던져지는 순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사운드적으로 볼 때 판사 시절 그의 공간은 차갑고 기계적이며 정돈된 감각을 가지고 있다. 법정의 문이 닫히는 묵직한 소리, 판결문을 넘기는 건조한 종이음, 규정된 리듬으로 울리는 구두 소리, 그리고 감정을 배제한 음성들이 어우러지며 권위적이며 정제된 분위기를 만든다. 이러한 소리의 질감은 주인공의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며, 삶의 목표를 오직 승진이라는 한 줄의 서사로만 바라보았던 그를 상징한다.

 그러나 공익팀으로 이동하는 순간, 소리는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사무공간은 어수선하고, 문틈으로 스며드는 외부 소음은 정제되지 않았으며,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의 감정적인 목소리는 일정한 리듬을 갖지 않는다. 누군가는 울먹이며 사연을 호소하고, 누군가는 답답함에 치를 떨듯 목소리를 높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말보다 긴 침묵으로 감정을 보여준다. 이 공간에서 소리는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는 ‘현실’ 그 자체가 된다. 정돈된 법정과 달리 공익팀의 소리는 완전히 예측 불가능하며, 주인공은 이 소리들을 처음에는 감당하지 못하고 당황하지만, 점점 이러한 소리가 인간적인 온도라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다.

 공익 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는 음향적 대비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판사 시절에는 규칙적인 절차와 고정된 목소리만 있던 그에게, 피해자들의 사연은 각기 다른 소리의 결을 가지고 다가온다. 억눌린 작은 목소리,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흐트러진 호흡, 고단함이 묻어나는 한숨 등은 사운드적으로 정형화될 수 없는 삶의 흔적들이다. 이 소리들은 단순히 사건을 확인하기 위한 정보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감정적 진동을 담은 실체적 표현이며, 주인공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세계를 보여주는 창처럼 작용한다.

 특히 중요한 장면들은 대부분 소리가 크게 존재하지 않는 순간에서 탄생한다. 상담을 받는 시민의 말이 끊어질 때의 정적, 사건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 생기는 짧고 묵직한 침묵, 법적 논쟁이 아닌 인간적인 고백이 흐르는 길고 느린 시간. 이 침묵의 순간들은 감정의 무게를 더하며, 공익팀이라는 공간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별한 ‘소리 없는 소리’로 기능한다. 드라마는 이러한 정적을 매우 조심스럽고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감정의 깊이를 확장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인공의 말투 역시 변화한다. 처음에는 단호하고 차갑게 떨어지는 음색이 특징이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목소리는 여유가 생기고, 상대를 향한 배려의 호흡이 길어진다. 이는 단순한 연기적 변화가 아니라, 사운드적으로 구성된 인물의 성장 곡선이다. 말의 끝이 날카롭게 잘려 나가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대화의 박자도 상대의 감정에 맞춰 조정된다. 소리는 인물의 내적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드러내는 장치로서 강하게 작용한다.


 결론

 프로보노는 사건 중심의 법조물이 아니라, 사람의 소리가 서사를 움직이는 드라마라고 해석할 수 있는 작품이다. 판사라는 직업이 가진 정제된 소리의 세계에서 벗어나, 누구나 가진 뒤엉킨 감정의 소리를 마주하는 순간부터 주인공의 변화는 시작된다. 공익팀이라는 공간은 소리가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는 곳이며, 그 속에서 울리는 모든 소리는 인물의 감정과 사건의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이 드라마는 법정의 언어보다 삶의 소리를 강조하며, 인간이 가진 목소리 하나하나가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결국 주인공의 변화는 법률적 기술이 아닌, 사람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 순간부터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소리를 통해 정답을 찾아가는 여정이 아니라, 소리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공익의 의미를 다시 배우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