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의 소리를 밀도 있게 담아낸 현실 스릴러의 음향 연출
■ 서론
“당신이 죽였다(As You Stood By) (2025)” 는 11월 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8부작 시리즈로, 죽지 않으면 죽게 되는 현실 앞에서 두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인 ‘살인’을 계획하게 되고, 이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면, 단순한 범죄 스릴러 이상의 작품이라는 점을 빠르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드라마가 전달하려는 감정의 핵심은 ‘소리가 말하는 현실감’입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몰렸을 때 들려오는 소리는 화려하지 않고, 삶의 무게와 공포, 압박, 혼란을 사실적으로 전달합니다. 이 작품은 시청자에게 시각적인 그림뿐 아니라 들리는 모든 음향을 통해 그 감정의 질감을 함께 체험하게 만듭니다. 배경음과 효과음, 대사 톤, 공간 잔향 등 모든 요소가 극중 인물의 심리적 상태를 반영하며 이야기적 에너지를 강화합니다. 사운드는 무겁고 정적이며 냉정하게 현실을 밀어붙이는데, 바로 이 점이 시청자로 하여금 두 주인공의 절망을 피부로 느끼게 만드는 핵심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 본문
1) 숨소리와 고요를 활용한 극한 감정의 구현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대사보다 숨소리가 더 많은 구간’입니다. 사운드 디렉션은 두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가를 과장되거나 선명한 음악 대신, 호흡의 떨림과 억눌린 공기로 표현합니다. 숨소리가 흔들릴 때 화면에 드러나는 인물의 동공 떨림보다 더 강한 공감각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며, 긴장감은 시각 정보가 아니라 음향적 체감으로 확장됩니다. 또한 사운드는 과도하게 배경음을 채우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스릴러처럼 전형적인 긴장 유발 음악보다, 일부러 ‘고요’를 유지하는 연출을 선택했습니다. 이 고요는 감정의 여백이고, 그 여백을 채우는 호흡과 미세한 생활 소리들이 두 주인공의 멘탈 상태를 직접적으로 체험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방 안에서 들리는 작은 의자 이동 소리나 문 손잡이의 떨림, 스마트폰 화면을 터치하는 소리까지 공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범죄 스릴러의 감정을 자연스럽고 사실적으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2) 공간별 음향 톤 변화를 통한 현실감 구축
“당신이 죽였다(As You Stood By)”는 시리즈 전체에서 인물들이 이동하는 공간에 따라 음향 톤이 세밀하게 달라집니다. 이 변화는 시각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어도 사운드만으로 인물의 심리 상태를 해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주인공의 집과 같은 ‘안전해야 할 공간’은 오히려 잔향이 거의 없는 건조한 음향으로 처리되어 감정적으로 숨 쉴 틈이 없게 만듭니다. 반대로 인물들이 사건을 회피하기 위해 나오는 외부 공간은 주변 차량 소리, 원거리에서 들리는 생활 소음, 지나가는 대중의 목소리가 불규칙하게 섞이며 인물이 느끼는 혼란을 사운드 레벨에서 표현합니다. 이처럼 공간의 성격을 사운드 톤으로 정의함으로써 시청자는 화면 전환이 되기도 전에 ‘지금 어디고, 이 인물이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 먼저 소리로 감지하게 됩니다. 이는 시리즈의 몰입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연출이며, 시청자가 이 작품을 현실처럼 느끼게 하는 강력한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불안과 죄책감을 음악으로 직접 설명하지 않는 연출
이 작품의 음악 구성은 매우 절제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범죄 드라마나 스릴러라면 위기 상황에서 강하게 압박하는 배경 음악을 깔아 감정을 직접적으로 끌어올리지만, 이 작품은 그 방식을 정면으로 거부합니다. 두 캐릭터의 감정은 음악이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미묘한 드론 사운드, 낮은 주파수의 배경 잔향, 톤이 거의 없는 미세한 노이즈 등이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떨림을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형상화합니다. 이 방식은 시청자로 하여금 “감정을 스스로 느끼게 하는 체감형 감정 설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이 대신 울어주는 것이 아니라, 고요와 금속성 잔향과 숨이 멎는 순간들 속에서 감정이 직접 흘러나오도록 만드는 구조입니다. 이는 사운드 디렉터의 철학을 강하게 드러내는 방식이며, 작품의 정서적 무게를 스릴러의 장르적 규칙 이상의 밀도 있는 체험형 감정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 결론
“당신이 죽였다(As You Stood By) (2025)”는 단순히 ‘범죄를 저지른 두 여성의 이야기’가 아니라, 소리를 통해 인간이 무너지는 감정을 직조한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사운드는 극적인 음악이나 화려한 음향 효과보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생활 소리와 고요, 떨리는 호흡, 변화하는 공간 잔향을 이용하여 감정을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구조를 선택했습니다. 사운드 디렉션은 사실적이고 세밀하며 인물의 심리 상태를 가장 가까이에서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덕분에 시청자는 인물의 공포와 죄책감, 단절된 감정 속에서 어떤 선택도 가볍지 않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하게 됩니다. 시리즈의 강점은 단순한 이야기의 긴박감이 아니라 그 긴박함을 만들어 내는 “소리 자체”에 있고, 이는 작품을 장르 이상의 감각적 경험으로 발전시키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이후 공개될 회차에서도 이 정교한 사운드 설계가 어떻게 캐릭터의 선택과 감정 흐름을 바꿔갈지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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