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 남자의 첫 여행이 만들어낸 환상적 코미디
서론
영화 퍼스트 라이드(The First Ride) (2025) 는 오랜 우정과 현실적 웃음을 동시에 품은 청춘 코미디입니다. 24년간의 우정을 이어온 네 남자—태정(강하늘), 도진(김영광), 영현(차은우), 금복(강영석)—이 드디어 ‘첫 해외여행’이라는 인생의 작은 꿈을 이루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담았습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인물 옥심(한선화)의 합류로 여행은 점차 예측할 수 없는 판타지로 흐르게 됩니다. 단순한 코믹 로드무비가 아닌, 이 작품은 ‘성인이 된 친구들’이 다시 어린 시절의 감정과 환상을 마주하는 과정에서 진짜 우정과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이야기로 완성됩니다.
1. 오랜 친구들의 케미스트리 — 현실에서 웃음을 끌어내다
태정, 도진, 영현, 금복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캐릭터입니다. 태정은 신중하지만 결단력 있는 인물, 도진은 장난스럽고 솔직한 성격, 영현은 완벽주의적 외모 뒤에 숨은 허당미를 지녔고, 금복은 순수하고 다정한 감성의 소유자입니다. 네 사람은 어릴 적부터 함께였기에 서로의 장단점을 꿰뚫고 있으며, 그 관계에서 비롯되는 유머는 억지스럽지 않습니다. 대사 한 줄, 눈빛 교환만으로도 쌓인 세월의 무게가 자연스레 드러납니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는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고, 관객은 ‘나도 저런 친구들이 있었다’는 공감 속에서 웃음을 터뜨리게 됩니다.
특히 도진(김영광)의 거침없는 유머와 태정(강하늘)의 진지함이 충돌할 때마다 생기는 대조적 리듬은 영화의 코미디적 템포를 주도합니다. 그 속에 영현(차은우)의 ‘비현실적 비주얼 코믹’이 더해지면서, 이 영화는 단순한 웃음이 아닌 ‘인물 간의 관계에서 오는 유쾌함’을 완성합니다.
2. 예상치 못한 동행 — 옥심의 등장과 여행의 전환점
옥심(한선화)의 등장 이후 영화는 리얼리티를 벗어나 점차 환상의 세계로 진입합니다. 네 남자의 오랜 우정 사이에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면서 관계의 균형이 흔들리고, 각자의 내면에 묻혀 있던 감정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옥심은 그들의 여행을 단순한 ‘휴가’에서 ‘자아 탐색의 여정’으로 바꾸는 열쇠가 됩니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전개는 마치 한여름의 꿈처럼 흘러갑니다. 화면은 점점 색채적으로 과장되고, 사운드 또한 비현실적인 효과음과 함께 감정의 고조를 이끌어냅니다. 특히 바닷가 장면에서 들려오는 ‘왜곡된 파도소리’는 네 인물이 현실을 벗어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코미디를 넘어 초현실적 감정극으로 확장되며, 감독은 이를 통해 “성장이란 환상을 떠나는 과정이자, 동시에 그것을 다시 꿈꾸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3. 사운드로 완성된 판타지 — 감정의 리듬을 이끄는 음향 디자인
퍼스트 라이드(The First Ride)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 중 하나는 사운드 디자인입니다. 여행의 시작에서는 현실적인 배경음—비행기 소리, 공항의 안내 방송, 차 안의 대화—가 중심이지만, 여행이 환상으로 변할수록 소리는 점점 왜곡되고 몽환적으로 변합니다. 음악은 재즈와 신스 사운드가 혼합되어 있으며, 이는 네 친구의 ‘혼란스럽지만 설레는 감정’을 시청각적으로 표현합니다.
특히 인물들이 자신들의 과거와 마주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시간의 흐름이 무너진 듯한 에코 처리된 사운드가 사용됩니다. 이는 단순한 효과음이 아닌, “우정이라는 기억이 만들어내는 잔향”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네 사람이 함께 웃으며 노래를 부르는 순간, 배경의 리버브와 멀어지는 음향은 현실로 돌아가는 듯하면서도 여운을 남깁니다. 이는 감독이 전하고자 한 ‘성숙한 우정의 소리’로 마무리됩니다.
결론
퍼스트 라이드(The First Ride) (2025) 는 단순한 청춘 코미디가 아닙니다. 오랜 친구들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라는 익숙한 설정 속에,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며 인간 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탐구합니다. 웃음 속에 묻어 있는 쓸쓸함, 환상 속에서 드러나는 진심, 그리고 음악과 소리로 엮인 감정의 리듬은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듭니다. 스크린을 나선 뒤에도 관객은 ‘나의 첫 여행은 어디였을까, 그리고 누구와 함께였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