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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영화<진범 ( The Culprit )(2019)> 조용히 조여오는 의심의 소리

by lovelyjjjjj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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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나무위키

 

 조용히 조여오는 의심의 소리

 1. 서론

 2019년 개봉한 영화 <진범>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피해자의 남편이자, 피고인의 남편이기도 한 한 남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치밀한 심리 스릴러입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한 진실 찾기의 구조를 따라가는 영화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상은 인간 관계의 이면과 믿음의 균열, 그리고 진실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소리'를 통한 긴장감 조성입니다. 과장된 음악이나 극적인 효과음 없이도, 인물 간의 시선, 숨소리, 조용한 집 안의 공기까지도 소리로 표현하며 관객 여러분의 심리를 조용히 조여오는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음향감독의 시선으로, <진범>이 어떻게 ‘소리’를 통해 불신과 공포,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을 효과적으로 그려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1. 침묵과 숨소리 – 불신의 시작

 <진범>은 사건이 발생한 직후부터 관객 여러분께 묘한 불편함을 전달합니다. 그리고 그 불편함은 대부분 침묵 속에 존재하는 ‘숨소리’와 ‘미세한 생활음’ 에서 비롯됩니다.

 주인공 준호(송새벽 분)가 타인의 집에서 은근히 탐색하듯 움직이는 장면에서는 발걸음 소리, 바닥이 삐걱거리는 소리, 손이 문을 스치는 소리 등이 과장되지 않게 들려옵니다. 이 소리들은 극도로 정제되어 있으면서도 실내의 정적을 깨며 심리적 긴장감을 만들어냅니다.

 이처럼 <진범>은 음향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드러내고, 대사가 없는 장면에서도 관객 여러분께 "이 사람이 진짜 진실을 알고 있는 걸까?"라는 불신을 조용히 심어줍니다.


 2-2. 대화의 간극 – 거리감을 만드는 공간음

 이 영화에서 인물들은 자주 마주 앉지만, 절대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심리적 거리감을 반영하듯, 대화 장면에서도 음향은 명확한 거리감을 유지합니다. 예를 들어, 의심을 품고 마주 앉은 두 인물 간의 대화에서는 음성의 직접음(당장 들리는 소리)보다 공간을 반사하는 잔향이 살짝 강조되어, 청각적으로도 거리가 존재하는 듯한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로 인해 관객 여러분께서는 말의 내용보다 말 사이에 흐르는 정적과 그 뒤의 진의를 더욱 집중하게 됩니다. 또한 배경음악을 거의 배제한 채, 냉장고의 윙 소리나 바람 소리 같은 ‘생활음’을 전면에 내세워, 그 정적이 때때로 공포처럼 느껴지도록 설계한 점이 이 작품의 음향 연출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2-3. 진실을 향한 전조 – 소리로 다가오는 결말

 영화의 후반부, 진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도 <진범>은 과장된 음악이나 효과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든 소리를 최소화하여 관객 여러분께서 숨소리, 발소리, 작은 기척에 집중하게끔 유도합니다. 결정적인 순간, 범인의 실체에 가까워지는 장면에서는 방 안의 공기 흐름마저 들릴 정도로 정적이 강조되며, 그 속에서 삽입된 낮고 진동하는 저음은 긴장감을 폭발시키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음향 설계 덕분에 <진범>은 폭력이나 추격 장면 없이도, 오직 ‘심리’만으로도 충분히 강한 스릴을 만들어내며, 관객 여러분께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3. 결론

<진범(The Culprit)>은 흔한 스릴러 장르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관계', '믿음', '자기 확신의 위험성' 을 조용히 파고드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와 주제를 시각이 아닌 청각으로 설계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사운드 연출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과도한 음악 없이도, 생활음과 침묵만으로도 인간의 공포와 긴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진범>은 바로 그런 가능성을 입증한 작품이며, '소리로 만든 심리극' 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스릴러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혹은 인간관계의 미묘한 균열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진범>을 한 번쯤 조용한 공간에서 집중해서 감상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그 속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들이, 가장 강한 울림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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