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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영화<귤레귤레(Gule-Gule)(2025)> 경계를 넘어선 소리의 여행

by lovelyjjjjj 2025.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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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왓챠

 경계를 넘어선 소리의 여행

 서론

 낯선 땅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감정의 파동

 

 영화 <귤레귤레>(2025)는 제목부터 독특하다. 터키어로 '안녕'이라는 의미를 지닌 이 단어는,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니라 이별과 시작, 슬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순간의 정서를 담고 있다. 작품은 국경을 넘는 여정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무는 동시에,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소리로 이어 붙이는 영화적 실험을 감행한다. 특히 이 작품은 '사운드'를 통해 공간과 감정의 경계를 허무는 데에 주력한다는 점에서, 소리의 구성 방식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1. 공간은 소리로 열린다

 <귤레귤레>는 이민자 가족의 삶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이들의 여정은 카메라의 시선보다 먼저 들려오는 소리로 묘사된다. 공항의 방송, 낯선 도심의 소음, 슈퍼마켓의 캐셔기 소리 등은 공간을 설명하는 '정보'이자, 인물의 낯섦을 증폭시키는 장치다. 사운드는 단지 배경이 아닌, 인물이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한 장면에서는 아이가 낯선 도시의 놀이터에 혼자 앉아 있을 때, 배경의 소음은 점점 뚜렷해지고, 아이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까지도 강조되며 고립감을 형상화한다. 이처럼 영화는 공간의 낯섦을 사운드로 감각화하여 관객이 인물과 동일시할 수 있도록 만든다.

 2. 말보다 진한 감정은 음향으로 전달된다

대사의 수는 의외로 많지 않다. 그러나 그 빈틈은 다양한 음향이 메운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인물들이 감정을 교류할 때, 오히려 침묵과 환경음, 그리고 짧은 음악의 단편들이 더욱 강한 울림을 준다. 주인공 가족이 처음으로 터키 현지인 이웃들과 나누는 식사 장면에서는, 식기 부딪히는 소리와 미소를 띤 숨소리가 교차되며, 언어 없이도 따뜻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마치 영화 <패터슨>이나 <로마>처럼 '침묵의 미학'을 활용해 감정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며, <귤레귤레>의 가장 인상적인 연출 기법 중 하나다.

 3. 이별의 순간, 소리는 기억이 된다

 후반부, 가족이 다시 또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는 장면에서, 영화는 이별의 순간을 소리로 각인시킨다. 평범한 작별 인사, 문이 닫히는 소리, 버스의 엔진음 등은 단순한 음향 그 이상이다. 이 소리들이 쌓여 하나의 정서적 아카이브를 구성하며, '떠남'의 무게를 관객이 함께 체감하도록 이끈다. 특히 이 장면에서 삽입되는 터키 전통 현악기의 잔향은 마치 시간 속에 남겨진 감정을 떠올리게 하며, 눈물이 아닌 소리로 슬픔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이는 사운드 디자이너의 섬세한 선택과 설계 덕분에 가능한 감각적 연출이며, 영화 전체의 정서를 함축하는 아름다운 클라이맥스다.

 결론

 떠남과 만남 사이, 소리는 언어가 된다

 

 <귤레귤레>는 단순한 이민 드라마를 넘어, 소리를 통해 감정과 기억을 기록하는 감성적 다큐멘터리와도 같다. 특히 사운드 디렉팅은 관객의 청각을 섬세하게 자극하며, 장면 속 감정을 더욱 깊게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는 곧 우리가 언어를 몰라도,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한 편의 시처럼 흘러가는 이 영화는,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소리' 라는 보편적 언어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극장이라는 어두운 공간에서, 우리는 '귤레귤레' 라는 짧은 인사 한마디 속에 담긴 수많은 감정의 결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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