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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Drama)

시리즈<택배기사(Black Knight)(2023)> 사운드로 구축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질감

by lovelyjjjjj 2025.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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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나무위키

 


 사운드로 구축한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질감

 1. 서문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택배기사(Black Knight)》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인해 산소 없이 살아갈 수 없는 미래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 SF 액션 드라마입니다. 생존을 위한 산소가 계급과 권력을 나누는 기준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 분)과 난민 소년 ‘사월’(강유석 분)은 독점적 지배 구조인 천명그룹에 맞서 싸움을 시작합니다. 기존 K-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장르적 실험과 세트 규모, 그리고 시각효과가 돋보이지만, 이 시리즈의 몰입감을 견인하는 숨은 주역은 바로 ‘사운드’입니다.

 디스토피아라는 장르에서 시청자의 감각을 건드리는 것은 시각 못지않게 청각적 요소입니다. 이 글에서는 《택배기사》에서 구현된 사운드 디자인의 섬세함과 그 효과를 세 가지 관점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2-1. 공기 없는 세계, 소리를 통해 숨 쉬다

 이 시리즈에서 사운드는 대기 오염이라는 설정을 실감 나게 전달하는 핵심 도구입니다. 특히 인물들이 산소호흡기를 착용할 때 나는 ‘쉭-쉭’ 하는 기계음, 호흡 소리, 그리고 외부의 소음을 차단한 듯한 압축된 공간감은 실제로 숨이 턱턱 막히는 듯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음향적 설계는 단순히 효과음에 그치지 않고, 인물들의 감정 상태와 세계관을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외부에서는 고요하고 건조한 소리만이 존재하지만, 천명그룹의 내부에서는 메탈릭한 울림과 낮은 베이스음이 꾸준히 깔리며 계급 간의 명확한 거리감과 권력의 무게를 청각적으로 전달합니다. 소리가 적은 세계일수록, 단 하나의 음향도 더욱 절박하게 들립니다.


 2-2. 전투 장면의 리듬, 음향이 설계한 긴장감

 《택배기사》는 액션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소리를 통해 한층 더 몰입도 높은 전투를 연출합니다. 특히 ‘5-8’이 적들과 맞붙을 때의 액션 시퀀스는, 사운드 디자인이 거의 댄스처럼 박자를 짚으며 구성됩니다.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소리,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 무너지는 구조물의 진동까지 마치 리듬감 있는 트랙처럼 정교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액션 중간에 돌연 삽입되는 ‘무음’의 순간도 인상적입니다. 특히 폭발이나 총성이 터진 직후 일순간 모든 소리가 사라지는 연출은 청각적 쇼크를 유발하며, 시청자의 주의를 극도로 집중시킵니다. 이는 일종의 청각적 명암 처리를 통해 극의 흐름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기존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연출이었습니다.


 2-3. 사운드트랙과 음향 효과의 이중주

 드라마 전반에 흐르는 배경 음악은 사운드트랙보다는 오히려 음향 효과에 가까운 구성을 지닙니다. 대기 오염으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세계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음악보다는 드론 사운드, 인더스트리얼 텍스처, 저음 베이스 톤을 활용한 정서적 무게감이 주를 이룹니다.

 특히 사월의 심리 변화를 반영하는 사운드가 점층적으로 고조되는 방식이 눈에 띕니다. 초반에는 마치 희망 없는 기계의 도시 속을 떠도는 듯한 음향이 이어지지만, ‘5-8’과 함께하며 세계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면서부터는 간헐적으로 따뜻한 현악기 소리나 고음역대의 멜로디가 삽입됩니다. 이처럼 극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짚어내는 음악의 배치는, 사운드 디렉터의 디테일한 연출 감각이 빛나는 부분입니다.


 3. 결론

 《택배기사》는 시각적인 디스토피아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었던 세계를, 사운드를 통해 설득력 있게 구현한 작품입니다. 숨이 턱 막히는 음향 설계, 액션의 리듬을 설계하는 효과음, 감정선을 짚어주는 음악까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서사의 일환으로 기능하는 사운드는 이 작품의 중심축 중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를 다시 감상한다면, 인물의 숨소리 하나, 문이 닫히는 소리, 그리고 침묵의 순간들까지 귀 기울여 보시길 권합니다. 당신의 청각은 이 디스토피아를 가장 먼저 감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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