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긴장감, 소리로 완성된 심리 스릴러
1. 서문
2022년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은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하이틴 액션 드라마지만, 단순히 장르에 머물지 않습니다. 극도로 절제된 연출과 주인공 연시은의 내면 심리를 따라가는 미세한 디테일이 어우러지며, '조용한 폭력성'이라는 독특한 감성을 선사하죠.
특히 이 작품은 '음향 설계' 면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 많습니다. 폭력의 소리를 감정의 흐름으로 확장하고, 정적인 화면을 소리로 끌어당기며 긴장감을 극대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약한영웅 Class 1》의 사운드 연출이 어떻게 몰입도를 극대화하고, 드라마의 정서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기여했는지를 분석해보겠습니다.
2-1. "정적은 무기가 된다" - 침묵을 활용한 심리전 사운드
연시은은 물리적 힘보다 지능과 관찰력으로 폭력에 맞서는 인물입니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는 전통적인 액션의 '사운드 폭발'이 아닌, 역으로 '정적'을 활용합니다. 복도, 교실, 옥상 등 주요 공간에서의 배경음은 철저히 절제되며, 사소한 숨소리, 발걸음 소리, 의자 끄는 소리 등이 유독 크게 들리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설계는 시청자로 하여금 연시은의 불안과 공포, 주변을 감지하는 예민한 감각을 공유하게 하며, 마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게임'을 하듯 극의 흐름에 깊게 몰입하게 합니다.
2-2. "타격감의 리듬" - 액션 장면 속 현실적 음향의 몰입도
《약한영웅 Class 1》의 액션 장면은 격투의 화려함보다 실제 폭력의 리얼함에 가깝습니다. 이 리얼리티를 완성하는 핵심은 바로 '타격음'과 '공간 반향'의 정밀한 믹싱입니다.
주먹이 닿는 순간의 음향은 과장되지 않고 날 것 그대로 전달되며, 심지어 맞는 사람의 신음 소리나 숨 넘어가는 소리까지 적절히 강조됩니다. 특히 좁은 골목이나 계단에서의 싸움 장면은 공간의 잔향이 고스란히 담겨, 그 장소의 폐쇄성과 공포감을 극대화하죠.
이를 통해 시청자는 단순한 시각적 자극을 넘어, 음향을 통해서도 '맞는 고통'을 간접 체험하게 됩니다.
2-3. "감정을 끌어올리는 음악의 용법" - 언더톤과 절제의 미학
드라마는 음악도 절제된 방식으로 사용합니다. 다분히 상업적인 멜로디나 감정 유도용 음악 대신, 무게감 있는 저음의 신디사이저 패드, 반복적인 드론 사운드 등을 삽입해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극적인 전환점에는 음향을 갑자기 제거하거나, 반대로 주인공의 심리와 완전히 엇갈리는 감정적 멜로디를 삽입함으로써 의외의 전율을 유발합니다.
예를 들어 시은이 고립되거나 폭력에 노출된 장면에서는 소리가 점점 작아지고, 숨소리만이 강조되는 구조가 반복되는데, 이는 마치 주인공이 현실과 단절되는 내면의 상태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3. 결론
《약한영웅 Class 1》은 소리의 과잉이 아닌 '부재'를 통해 극의 긴장감을 만들어낸 보기 드문 작품입니다. 특히 사운드 디렉팅은 '액션 드라마'라는 틀을 깨고, 오히려 심리극에 가까운 몰입을 만들어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죠.
폭력의 공포는 크게 외치지 않고도 전달될 수 있으며, 오히려 그 '침묵'이 더 큰 울림이 된다는 사실을 이 드라마는 보여줍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입장에서 바라본 《약한영웅 Class 1》은, 소리의 활용이 얼마나 드라마의 밀도와 메시지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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