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로 빚은 고딕 히로인, 음향 미학을 파헤치다
서론
2025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웬즈데이>가 시즌 2로 돌아왔다. 전작이 전 세계를 사로잡은 이유는 단순히 독특한 캐릭터나 고딕적인 미장센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분위기와 감정을 세밀하게 끌어올리는 사운드 디자인이 큰 역할을 했다. 이번 시즌 2에서는 스토리의 확장과 함께 사운드 연출도 한층 진화해, 시청자가 단지 ‘보는 것’을 넘어 ‘듣는 것’까지 경험하게 만든다.
특히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웬즈데이 시즌 2>는 캐릭터의 내면을 표현하고, 세계관의 깊이를 더하며, 장면마다 감정의 흐름을 조절하는 데 있어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글에서는 시즌 2의 성공 요인 중 하나인 음향 전략을 중심으로, 작품의 흥행을 이끈 세 가지 주요 사운드 포인트를 분석해본다.
1. 캐릭터를 말하게 하는 소리 – 웬즈데이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음향 연출
시즌 2의 웬즈데이는 단순히 냉소적인 괴짜 소녀에서 벗어나, 점점 더 복잡하고 깊은 내면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이러한 감정의 변화는 대사보다도 사운드를 통해 섬세하게 전달된다. 예컨대 웬즈데이가 혼자 있는 장면에서는 테레민과 같은 신비로운 음색, 낮고 느린 스트링 선율이 그녀의 고독한 내면을 감싸며 감정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유도한다.
특히 감정의 기복이 있는 장면에서는 환경 소음이 미묘하게 사라지거나, 심박수를 연상케 하는 저음의 리듬이 삽입되어 관객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이러한 연출은 캐릭터의 내면과 감정 변화를 ‘소리’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단순히 음악이 배경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를 설명하는 일종의 내레이션으로 기능한다. 웬즈데이의 세계는 그녀의 침묵 속에서도 풍부하게 들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2. 공간이 살아 있는 세계 – 고딕 세계관을 완성하는 공간 사운드
이번 시즌에서는 네버모어 아카데미 외에도 숲, 폐허, 고대 종교의식 장소 등 다양한 공간이 새롭게 등장하며, 이에 따라 공간별 사운드 디자인도 더욱 정교해졌다. 각 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오디오 설치 예술처럼 구성되어, 시청자가 눈으로 보는 동시에 귀로도 그 공간의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든다.
예를 들어, 폐성 장면에서는 금속이 부딪히는 잔향과 돌벽의 메아리가 어우러져 공포감을 조성하며, 숲 장면에서는 정적과 간헐적인 자연의 소리가 절묘하게 배치되어 신비롭고도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또한, 새로운 괴생명체나 악의 세력이 등장할 때는 비정형적인 전자음과 불협화음이 사용되어 청각적으로 ‘이질감’을 부여한다. 이러한 사운드는 시청자에게 시각적 정보보다 먼저 공간의 정체성과 위기를 감지하게 만드는 중요한 장치다.
3. 리듬으로 흐름을 만든다 – 긴장과 유머의 밸런스를 맞추는 소리
<웬즈데이 시즌 2>는 고딕 판타지라는 무거운 장르 속에서도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유지하며 균형을 이룬다. 이 균형을 가능하게 한 핵심은 바로 ‘리듬 기반의 사운드 연출’이다. 감정이 고조되기 직전의 정적, 예상치 못한 순간의 효과음, 혹은 웬즈데이 특유의 냉소적인 유머에 맞춘 짧은 음악적 강조 등은 장면마다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내며 시청자의 몰입을 이끈다.
웬즈데이와 룸메이트 이니드의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는 빠르고 가벼운 악기톤이 삽입되어 밝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반대로 괴물이 등장하는 순간에는 갑작스러운 사운드 전환과 함께 무거운 드론음이 긴장을 유도한다. 또한 인물마다 고유의 테마 음이 배치되어 있어, 특정 캐릭터가 화면에 등장할 때 청각적으로도 인식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이는 이야기의 흐름과 캐릭터의 정체성을 사운드로 각인시키는 훌륭한 장치다.
결론
<웬즈데이 시즌 2>는 단순한 스토리 전개나 비주얼의 강점만으로 흥행을 이어간 작품이 아니다. 캐릭터의 감정과 심리를 전달하고, 공간의 분위기를 형성하며, 이야기의 리듬을 설계하는 데 있어 ‘사운드’는 매우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시즌 2에서는 음향이 단지 배경을 채우는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주체적인 이야기 도구로 기능하며, 시청자의 오감을 모두 자극하는 고품질의 몰입 경험을 만들어냈다.
사운드 디렉터의 관점에서 본다면, <웬즈데이 시즌 2>는 드라마 속 ‘소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다. 이 작품은 단지 눈으로 보는 이야기를 넘어서, 귀로 듣고 느끼는 예술적 감각까지 전달하며, 사운드가 곧 서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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