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목소리가 만들어낸 세기의 하모니
🎬 Introduction
2025년 11월 19일, 마침내 브로드웨이의 전설이 스크린으로 찾아옵니다. 뮤지컬 영화 《위키드: 포 굿(Wicked: For Good)》 은 고전 〈오즈의 마법사〉 의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으로, 서로 다른 두 마녀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와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운명을 노래합니다.
이 영화를 음향감독의 관점에서 단순히 노래가 많은 뮤지컬 영화가 아닌 음악과 공간, 감정의 흐름을 모두 하나의 “소리의 세계”로 엮어낸 완벽한 사운드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브로드웨이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가져오면서도, 영화라는 매체가 줄 수 있는 음향적 몰입감을 극대화한 작품입니다.
🎵 1. 두 목소리의 대화 – 엘파바와 글린다의 ‘음향적 캐릭터’
가장 먼저 주목할 점은 두 주인공의 보이스 톤과 믹싱입니다. 엘파바(신시아 에리보)의 목소리는 깊고 단단한 중저음으로, 거친 진심과 고독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의 보컬은 투명하고 반짝이는 고음으로, 세상의 인정을 갈망하는 빛의 에너지를 상징하죠. 음향적으로 두 사람의 성격 차이는 주파수의 대비로 표현됩니다. 엘파바의 파트는 공간감이 넓고 리버브(잔향)가 길게 깔리며, 마치 공허한 무대 위에 홀로 서 있는 듯한 울림을 줍니다. 반면 글린다의 파트는 마이크가 가깝게 세팅되어 있어, 관객이 바로 곁에서 그녀의 숨결을 듣는 듯한 친밀함을 전합니다.
이 두 사운드가 만나는 순간, 음악은 단순한 노래가 아니라 관계의 서사가 됩니다. 예를 들어 대표곡 ‘For Good’에서는 서로 다른 보컬의 질감이 완벽히 어우러지며, 우정과 이별의 감정선을 그대로 소리로 전달합니다. 이 곡이 영화의 타이틀로 선택된 이유가 분명해집니다 — “서로의 목소리로 인해 완전히 달라진 두 사람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 2. 마법의 세계를 그리는 소리 – 공간과 사운드의 결합
《위키드: 포 굿》의 또 다른 핵심은 사운드 디자인입니다. 기존 뮤지컬 영화들이 음악 중심의 사운드 믹싱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악기로 활용합니다. ‘쉬즈(Shiz)’의 교실, 오즈의 궁전, 그리고 폭풍이 몰아치는 하늘까지—모든 공간이 소리로 생명력을 얻습니다. 마법이 펼쳐질 때의 휘몰아치는 공기, 마녀의 주문이 퍼지는 순간의 잔향, 그리고 감정이 폭발할 때의 저주파 진동까지. 각 장면은 음향적으로 세밀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를 활용한 입체 음향입니다. 노래가 하늘로 솟구칠 때 관객의 위쪽 스피커에서 음이 터져 나오고, 마법의 빛이 번쩍일 때는 사방에서 파장이 퍼집니다. 이때의 몰입감은 마치 “관객이 오즈의 마법사 세계 안에 들어간 듯한 체험”을 제공합니다. 음향감독으로서 이 균형감 — 음악과 환경음의 완벽한 공존 — 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 3. 감정의 파동을 만드는 음악 – 보컬, 오케스트라, 그리고 침묵
뮤지컬 영화의 핵심은 언제나 보컬의 진정성입니다.《위키드: 포 굿》은 배우들의 라이브 레코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감정의 생생함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신시아 에리보의 ‘Defying Gravity’는 단 한 번의 호흡으로 장면을 지배하며, 아리아나 그란데의 고음은 유리처럼 깨끗하지만, 그 속에 담긴 불안이 공감대를 형성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소리의 부재’를 전략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는 순간, 배경음이 완전히 사라지고, 남는 것은 그들의 숨소리와 침묵뿐입니다. 이 정적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관계가 끊어지는 순간의 음향적 표현입니다.
사운드 디렉팅은 전체적으로 클래식 오케스트라의 장엄함 위에 전자음의 미묘한 잔향을 얹는 구조를 취했습니다. 이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두 주인공이 마법과 현실 사이에서 겪는 감정의 흔들림을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 Conclusion – 소리로 완성된 우정과 운명의 서사
《위키드: 포 굿(Wicked: For Good)》은 단순한 뮤지컬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음악’이 아닌 ‘소리 전체’로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입니다. 우정, 질투, 선택, 그리고 성장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 주파수와 공간감 속에서 울려 퍼지며,
관객은 그 진폭 속에서 두 여인의 운명을 함께 체험하게 됩니다.
엘파바와 글린다, 서로 완전히 다른 음색이지만, 결국 같은 화음으로 끝맺는 마지막 곡은영화의 모든 주제를 응축한 감정의 클라이맥스입니다. 그 소리가 사라진 후에도, 그들의 우정은 오랫동안 귀 안에서 잔향처럼 남습니다.
2025년, 당신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게 된다면, 스크린보다 소리에 먼저 집중해보세요. 그 속에 진짜 마법이 숨겨져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