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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영화<주토피아 2 (Zootopia 2) (2025)> 소리로 다시 태어나는 거대한 도시의 결

by lovelyjjjjj 202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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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네이버

 

 소리로 다시 태어나는 거대한 도시의 결

 서론

 애니메이션에서 사운드는 종종 시각의 보조 요소로 취급되지만, 『주토피아 2』에서는 그 위치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 작품은 사운드를 통해 도시의 숨결과 캐릭터의 감정을 확장시키며,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들리게 만듭니다. 저는 사운드 디렉터의 관점에서 이 작품을 바라보며, 이번 후속작이 왜 더욱 넓어진 세계와 깊어진 서사를 보여주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소리’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세밀하게 짚어보고자 합니다. 특히 새로운 캐릭터 ‘Gary’가 등장하면서 도시의 분위기 변화, 사건 전개의 압력, 캐릭터의 내면적 변화가 모두 소리로 표현되는데, 이 과정이 얼마나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본론

 1. 도시의 구조를 표현하는 사운드 디자인

『주토피아 2』의 첫 번째 특징은 도시의 입체적 공간감을 사운드로 완성했다는 점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토피아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 살아 움직이고 변하는 하나의 독립적 존재입니다.

 도심으로 들어서면 여러 층위의 소리가 서로 겹치며 공간에 깊이를 부여합니다. 자동차의 가속음, 동물 종족 특성에 맞춘 발걸음의 질감, 전광판의 전자적 웅음이 뒤섞여 복잡하지만 정리된 음향층을 형성합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소리가 서로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캐릭터의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음량과 위치가 변화한다는 점입니다. 이는 단순히 소리를 많이 넣어 시끄럽게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실제 도시의 ‘흐름’을 설계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반대로 거주 구역이나 주거 단지의 소리는 도시 중심과 확연히 다릅니다. 과도한 반사음을 제거해 따뜻하고 포근한 잔향을 남겼고, 가족 단위 동물들이 사는 공간 특성을 반영해 작은 생활 소리들이 세밀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창문을 닫는 소리, 아침 식사를 준비하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동물들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흐르며, 캐릭터들의 ‘일상성’을 관객이 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2. Gary의 등장으로 변화하는 사운드의 분위기

 이번 작품의 핵심인 새로운 캐릭터 ‘Gary’는 사운드 디자인의 무게 중심을 결정하는 존재입니다. Gary가 등장하는 순간, 주토피아의 기존 음향 구조는 subtle하게 흔들립니다. 단순히 무서운 음악을 깔아 분위기를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도시의 평소 소리에서 특정 주파수 영역을 제거하거나 변형하는 방식으로 ‘이질감’을 만들어냅니다.

 Gary가 가까워질수록 주변 소리는 점차 집중도를 잃어가고, 공간 전체가 가볍게 눌리는 듯한 음향적 압박이 발생합니다. 이는 캐릭터가 느끼는 경계심과 관객의 긴장감을 동시에 자극합니다. 특히 뱀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을 반영해 미세한 마찰음, 지면을 스치는 낮은 주파수의 사운드, 거칠고 짧게 파고드는 고음의 층을 덧입혀 Gary 고유의 존재감을 확립했습니다.

 3. 은밀한 공간과 잠입 장면의 청각적 서사

 주디와 닉이 잠입 수사를 하는 장면들은 이 작품에서 사운드가 가장 인상적으로 사용된 순간들입니다.
 장면은 시각적으로만 어둡지 않습니다. 소리도 함께 ‘숨을 죽입니다.’

 주변 소음이 의도적으로 감소하고, 마이크로디테일에 가까운 섬세한 소리—옷깃이 스치는 소리, 작은 금속 부품이 움직이는 소리, 긴 호흡이 흘러가는 소리—들이 앞쪽으로 밀려 나옵니다. 이는 관객이 주디와 닉의 긴장된 감정선에 자연스럽게 이입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또한 잠입 장면이 깊어질수록 배경음의 잔향이 제거되며, 마치 외부 세계가 완전히 고립된 것 같은 청각적 ‘진공 상태’가 형성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공포나 긴장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캐릭터가 감정적으로 어디에 서 있는지 설명하는 기능을 합니다. 특히 닉이 미묘한 불안감을 드러내는 순간, 호흡의 리듬과 발걸음의 압력이 소리에 그대로 반영됩니다. 디테일한 사운드 선택은 캐릭터의 내면을 시각적 연출 없이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집니다.

 4. 액션과 추적 장면에서의 사운드 변주

 이번 작품의 추적 장면은 전작보다 훨씬 다층적이고, 속도감 있는 사운드로 구성되었습니다.
 도시의 지형을 따라 달리는 주디와 닉의 움직임은 사운드의 속도 변화로 표현됩니다.

 좁은 골목에서는 소리가 벽에 반사되어 빠르게 되돌아오며, 넓은 고가도로에서는 바람소리와 차량의 저음이 주요 리듬을 형성합니다. 이처럼 공간의 크기와 구조에 맞게 잔향, 반사음, 음량 분배가 모두 달라지며, 관객은 마치 도시를 직접 달리는 듯한 체감을 얻게 됩니다.

 Gary가 추적에 개입하는 순간에는 그의 테마 음향이 미세하게 등장해, 장면의 중심을 서서히 침식합니다. 추적의 속도에 따라 Gary의 사운드 모티브가 강해지기도 하고, 다시 약해지기도 하며, 위협의 강도를 계산된 방식으로 조절합니다.


 결론

 『주토피아 2』는 단순한 후속작이 아니라, 사운드를 통해 세계의 깊이를 넓히고 감정의 결을 더 세밀하게 표현한 작품입니다. 도시의 구조를 반영한 음향 설계, 캐릭터의 감정선을 소리로 전달하는 정교한 레이어링, 그리고 Gary라는 새로운 위협을 소리로 ‘느끼게 하는’ 방식까지.
 이 모든 요소는 사운드가 단순한 배경 요소가 아니라, 서사의 한 축이자 감정 전달의 핵심 수단임을 증명합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에서 이 작품을 바라본다면—주토피아는 더 이상 보이는 세계에 머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들리는 세계’로까지 확장된 도시이며, 그 안에서 캐릭터들의 이야기와 감정은 소리를 통해 다시 태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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