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로 다시 태어난 마블의 재도전
서론
2025년 7월 24일, 마블의 새로운 시도이자 리부트 시리즈의 첫 발을 내딛는 영화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The Fantastic Four: First Steps)>이 개봉합니다. 이전의 여러 시도에서 아쉬움을 남긴 이 프랜차이즈는 이번엔 완전히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팀과 사운드 디자인 전략을 통해 ‘완전히 다른’ 느낌을 선사합니다. 특히 이번 작품은 사운드 설계 측면에서 마블의 기존 영화들과 차별화를 꾀하며, 히어로물에서 사운드가 어떻게 서사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 우주의 침묵, 그리고 파열 – 기원의 소리를 담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팀의 능력 기원이 우주 탐사와 관련되어 있는 만큼, 사운드 역시 ‘우주의 소리 없는 공포’를 강조하며 시작됩니다. 진공 상태의 무중력 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파동, 인간의 호흡이 느껴지는 헬멧 내부의 소리 등은 시청자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며 긴장감을 서서히 끌어올립니다. 그리하여 ‘사운드의 부재’가 오히려 가장 강렬한 감정의 도구가 되는 흥미로운 역설이 만들어집니다. 이후 각 캐릭터가 능력을 얻게 되는 과정에서는 사운드가 캐릭터 고유의 특성과 연결되어, 시청자에게 인물의 본질을 소리로 먼저 전달합니다.
2. 팀워크의 파형 – 조화와 충돌을 표현하는 음향의 균형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은 네 명의 주인공이 처음으로 힘을 합쳐 적과 싸우는 장면입니다. 불, 바위, 탄력, 투명화라는 서로 다른 능력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발생하는 음향 효과는 자칫 과하게 겹쳐질 수 있지만, 각각의 소리를 독립적으로 분리하면서도 하나의 조화로운 파형으로 녹여내는 기술이 돋보입니다. 이 장면에서 음향은 단순한 배경음이 아닌 캐릭터 간 유기적인 ‘대화’로 작용하며, 마치 하나의 오케스트라처럼 흘러갑니다. 이처럼 ‘사운드의 조율’은 팀의 관계성과 발전 과정을 시각 외적인 요소로 강화해주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합니다.
3. 적의 등장, 그리고 세계의 균열 – 위협을 조형하는 저주파의 힘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의 빌런은 시각적으로도 강렬하지만, 그보다도 청각적으로 강력한 존재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저주파를 활용한 위협음은 단순한 긴장 유발을 넘어, 관객의 신체 감각에 직접적인 반응을 유도합니다. 극 후반 도심 전투 시퀀스에서는 소리 자체가 무기처럼 사용되며, 건물이 무너질 때의 쇳소리, 유리 파편의 고음역, 불꽃의 튀는 소리 등이 다층적으로 조합되어 현실감을 극대화합니다. 이런 음향 설계는 관객이 스크린을 '보는' 것을 넘어 '경험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영화의 몰입도를 높이는 핵심 역할을 수행합니다.
결론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The Fantastic Four: First Steps)>은 단지 또 하나의 마블 히어로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소리로 인물을 정의하고, 세계를 구축하며, 감정을 이끌어내는 음향 예술의 결정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에서 볼 때, 이 영화는 기술적 완성도뿐 아니라 서사 전달의 정밀함까지 갖춘, 마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다시’ 시작하지만, ‘전혀 다르게’ 울리는 이 소리는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