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운드로 귀신을 체험하다
서론
2025년 7월 17일 개봉을 앞둔 공포 영화 <구마수녀 - 들러붙었구나> 는 제목에서부터 이미 관객의 귀와 눈을 붙잡는 기이한 존재감을 발산합니다. 종교적 엑소시즘이라는 전통적 소재에 코믹한 요소가 더해졌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음향적 연출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주인공 수녀가 다양한 영적 존재들과 마주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는 이 작품은, 단순한 공포의 전달을 넘어 소리를 통한 감각적 공포를 창조해냅니다.
본 리뷰에서는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에서 <구마수녀 - 들러붙었구나>가 어떻게 음향을 통해 '붙은 것들의 존재감'을 살리고, 귀로 느끼는 공포를 구현해냈는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접신의 순간, 주파수를 넘나드는 음향의 연출
이 영화의 백미는 바로 '접신의 순간'입니다. 수녀가 악령과 맞서거나 접신하는 장면에서는 음향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핵심 장치로 기능합니다. 고막을 찌르는 듯한 고주파와 묵직한 저음의 진동이 교차하며, 관객의 내면을 자극합니다.
특히 접신 장면에서는 음향이 공간의 깊이감을 변화시켜, 마치 주변 공간이 변형되는 듯한 청각적 환상을 제공합니다. 이때 인물의 목소리가 겹겹이 겹치며 울려 퍼지거나, 반대로 갑작스럽게 소리가 모두 사라지는 '무음'의 순간이 찾아오며 긴장감은 극도로 상승합니다. 이러한 음향적 효과는 단순한 악령보다 더 공포스럽게 작용합니다.
2.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소리로 드러나는 이질감
영화는 수도원의 평온한 일상과, 악령이 들러붙은 순간의 급격한 이질감을 '소리'를 통해 명확히 대비합니다. 기도소리, 종소리, 성가대의 합창 등 고요하고 정제된 공간의 음향은 수녀의 신념과 평화를 상징합니다. 하지만 작은 기척 하나—책 넘기는 소리, 성수 떨어지는 소리, 창문에 부딪히는 바람소리 등—이 과장되거나 비정상적인 타이밍에 들릴 때, 일상은 비일상으로 전환됩니다.
이러한 이질감은 관객이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전에 먼저 귀로 느끼게 만들어, 심리적 긴장감을 선행시킵니다. '붙었다'는 느낌을 시각보다 먼저 음향으로 체감하게 되는 순간이 반복되며, 공포의 밀도는 점점 증가합니다. 이는 사운드 디자인이 주도적으로 공포를 설계하는 방식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3. 웃음과 공포 사이, 리듬을 타는 사운드의 균형
<구마수녀 - 들러붙었구나>는 단순한 공포물이 아닙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코믹한 요소들이 극의 리듬을 이끌어갑니다. 이때 사운드는 단지 무서움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감정의 전환을 리드하는 중요한 도구로 작용합니다. 갑작스러운 효과음으로 웃음을 유도하거나, 반대로 유머 장면 뒤에 잔향처럼 남아 있는 불쾌한 소리들이 공포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사운드 디렉터는 리듬감을 통해 관객이 긴장과 해소, 웃음과 불안 사이를 오가게 만듭니다. 특히, 붙은 귀신이 주인공의 몸에 깃들며 들려오는 속삭임, 낮은 웃음소리, 뒤틀린 찬송가 등은 음향적으로도 매우 창의적인 접근입니다. 웃긴데 무섭고, 무서운데 웃긴 그 미묘한 경계를 사운드가 탁월하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결론
<구마수녀 - 들러붙었구나 (2025)> 는 제목의 기묘함만큼이나 독창적인 사운드 연출로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전통적인 엑소시즘의 틀 안에서, 접신의 고통과 공포를 고막으로 체감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단순한 자극을 넘어 심리적 공포를 완성도 높게 구현한 작품입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에서 볼 때, 이 작품은 호러 장르의 익숙한 공식을 따르면서도 '소리'를 통한 감정 전달 방식에 있어 분명한 개성과 실험정신을 보여줍니다. 특히 관객이 보는 것이 아니라 '듣는 것'을 통해 먼저 반응하게 만드는 연출은, 한국 공포 영화의 새로운 지점이라 평가할 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