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의 굉음 뒤에 숨겨진 사운드의 미학
서론
2017년에 개봉한 영화 <오버드라이브 (Overdrive, 2017)>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풍경과 고전 슈퍼카, 그리고 형제간의 유쾌한 케미를 앞세운 액션 드라이빙 영화입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여운이 남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스피드와 스릴을 선사했던 이 작품은 단순한 차량 추격전을 넘어서, 사운드 디자인의 섬세함이 두드러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자동차의 엔진음, 타이어가 포장도로를 미끄러지는 소리, 그리고 도시의 공기까지도 함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 영화의 음향적 설계는 장르적인 재미를 넘어 감각적인 몰입을 제공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사운드 디렉터의 시각에서 <오버드라이브>의 속도감과 긴장감을 만들어낸 소리의 미학을 들여다보겠습니다.
1. 엔진의 굉음, 감정을 이끄는 리듬이 되다
<오버드라이브>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단연 차량 추격 장면입니다. 여기서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 효과음이 아니라, 감정의 리듬을 설계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차량이 급가속하는 순간, 터지는 엔진의 소리와 함께 관객의 심박수도 함께 상승하고, 코너를 도는 순간 미세한 드리프트 소리로 불안정한 균형감을 전달합니다. 특히 클래식 슈퍼카들의 각각 다른 엔진음을 분리해내어, 시각적으로 구분되지 않아도 어떤 차량이 등장했는지를 소리로 구별할 수 있도록 한 점은 뛰어난 디테일의 사운드 연출입니다. 이러한 사운드는 단순한 기계음이 아니라 캐릭터의 성격, 차량의 역사, 긴장감의 농도를 함께 전달하는 정교한 설계물입니다.
2. 공간감과 속도의 설계 – 도시와 자연의 사운드 대비
이 영화는 남프랑스의 마르세유를 배경으로 다양한 지형에서 추격전이 펼쳐집니다. 고성 옆 좁은 골목길, 해안가 절벽 도로, 현대적인 고속도로 등 각기 다른 장소에서의 사운드 공간 설계는 보는 즐거움을 넘어서는 듣는 즐거움을 제공합니다. 좁은 골목길에서는 차체가 벽에 반사되는 반향음을 극대화하여 폐쇄감을 전달하고, 고속도로에서는 바람과 함께 차량이 터널을 지나는 소리를 활용해 시원한 개방감을 연출합니다. 도심의 소음, 사람들의 외침, 사이렌 소리 등도 혼란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적절히 배치되어 있어, 관객은 실제로 차 안에 타고 있는 듯한 현실감을 느끼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속도감 전달이 아니라, 사운드로 공간을 구성하고 속도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3. 대사와 음악, 그리고 소리의 충돌을 조율하는 기술
액션 영화에서 흔히 간과되기 쉬운 부분이 바로 대사 전달력입니다. 특히 <오버드라이브>처럼 추격전과 폭발 장면이 잦은 작품에서는 대사가 묻히기 쉬운데, 이 영화는 대사와 효과음, 그리고 음악의 층위를 잘 조율하여 균형 있는 청각적 구성을 보여줍니다. 추격전 도중 캐릭터들이 차량 내에서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외부 소음을 약간 눌러주고, 인물의 음성에 더 선명한 EQ를 부여해 상황에 대한 이해도를 유지합니다. 또한 스코어 역시 속도감 있게 흐르면서도 특정 장면에서는 과감히 사운드 이펙트에 자리를 내어주는 구조로, 음악과 효과음 사이의 주도권을 장면별로 교차시키며 드라마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설계는 단지 화려한 액션뿐 아니라, 관객이 이야기를 따라가고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줍니다.
결론
<오버드라이브 (Overdrive, 2017)>는 외형적으로는 슈퍼카와 범죄 액션이 중심이지만, 내면적으로는 사운드로 감각을 설계한 작품입니다. 엔진의 떨림, 도시의 울림, 캐릭터의 호흡까지 모두 ‘소리’로 표현하며, 보는 영화에서 듣는 영화로의 전환을 이끌어냈습니다. 시각적인 자극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속도와 위험, 인물 간의 유대감을 사운드 디자이너의 정교한 기술이 뒷받침해주었습니다. 과거 클래식카의 향수와 현대적 액션의 쾌감이 공존하는 이 영화에서, 소리는 그 둘을 매끄럽게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합니다. 스피드 그 자체보다, 그 스피드를 ‘느끼게 하는 소리’에 집중해 본다면 <오버드라이브>는 단순한 액션 영화 이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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