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을 가른 해부, 아버지를 향한 추적
서론
시체 위에 남겨진 기억의 흔적
2025년 6월 16일, U+tv와 디즈니+를 통해 공개되는 드라마 <메스를 든 사냥꾼>은 평범하지 않은 가정사와 트라우마를 가진 부검의가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스릴러를 넘어선 감정적 서사로 시선을 끈다. 주인공 세현은 어느 날, 시체에서 익숙한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20년 전 세상을 떠난 줄 알았던 아버지, 연쇄살인마 '재단사'의 살인 방식과 동일한 패턴이다. 이 드라마는 범인을 찾는 수사가 아닌, 과거와의 대면이라는 심리적 여정을 따라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운드 디자인이 있다. 이 글에서는 <메스를 든 사냥꾼>을 사운드 디렉터의 시각으로 들여다본다.
1. 메스가 그린 소리, 해부실의 냉기
이 드라마에서 부검실은 단순한 장소가 아닌 상징적인 무대다. 차가운 조명과 차폐된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배경음이다. 세현이 시신을 해부할 때 들리는 날카로운 메스 소리와 조직을 절개하는 섬세한 효과음은 관객의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린다. '조용함' 속에 존재하는 '소리'는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발소리 하나, 핏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하나까지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있으며, 이는 부검이라는 작업의 치밀함을 감각적으로 전달해 준다. 또한 이러한 냉정한 음향 구성은 세현이 과거를 마주할수록 더욱 날카롭고 서늘하게 변화한다.
2. 익숙한 소리, 익숙한 두려움
세현이 시신에서 느낀 익숙한 '패턴'은 단순히 시각적 유사성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기억 속에는 아버지와 관련된 특정 소리들이 각인되어 있다. 가령, 면도칼을 꺼내는 소리, 재단가위가 천을 가르는 소리 등은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방아쇠로 작동한다. 이 드라마는 과거의 기억을 '청각'으로 불러내는 방식을 택한다. 시청자 역시 세현과 함께 특정 소리를 듣는 순간,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되며 극의 몰입도가 극대화된다. 이처럼 <메스를 든 사냥꾼>은 '소리'를 단순한 배경이 아닌, 트라우마를 매개하는 감정의 언어로 사용한다.
3. 사냥의 시작, 침묵 속 진실의 고동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세현은 경찰보다 먼저 아버지를 찾아야만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그 과정에서 도시의 소음은 점차 배제되고, 그의 청각은 아버지의 흔적에 집중된다. 이 시점부터 배경음은 의도적으로 간결해지고, 특정 소리(예: 발자국, 숨소리, 문이 삐걱이는 소리)만 부각된다. 이는 마치 사냥꾼이 되어가는 세현의 심리를 그대로 청각적으로 반영한 구성이다. 그가 진실에 다가설수록 사운드는 더 조용해지고, 그 침묵은 오히려 폭력보다 무섭다. 그 침묵 속에서 울리는 진실의 고동은 결국 시청자에게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결론
사운드는 침묵을 통해 말하고, 그 침묵은 진실을 드러낸다
<메스를 든 사냥꾼>은 복수와 진실 사이에 선 인물의 내면을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표현해낸 수작이다. 화려한 액션이나 소란스러운 폭력 대신, 정제된 음향과 절제된 대사가 중심을 이루며, 그것이 오히려 긴장과 몰입을 극대화시킨다. 주인공 세현이 과거의 그림자와 마주하고자 할 때, 그의 감정 곡선은 사운드를 통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작품은 침묵과 소리의 간극에서 이야기의 진실을 찾는 여정이며, 사운드가 어떻게 서사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