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파도 속에서 들려오는 음향의 함의
서론
2025년 7월 1일 개봉한 영화 <탐욕에 눈먼 자들 (Greedy People) (2025)> 는 작은 해안 마을에서 우연히 발견된 거액의 돈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인간 군상의 탐욕과 위선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 탐욕에 눈먼 자들 '이라는 의미의 이 제목은, 단순한 해프닝을 넘어 인간 내면의 욕망과 도덕적 붕괴를 날카롭게 풍자합니다. 주연을 맡은 조셉 고든-레빗과 하임쉬 파텔, 릴리 제임스의 입체적 연기는 물론, 그 이면에서 작동하는 정교한 음향 설계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사건의 전개’보다 ‘욕망의 증폭’을 소리로 어떻게 표현하는지에 초점을 맞춥니다. 소리의 리듬, 정적의 활용, 공간의 질감까지—모든 음향은 캐릭터의 심리와 탐욕의 깊이를 그려내는 도구로 기능하며, 영화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립니다.
1. 돈 가방의 무게, 저음으로 시작되는 탐욕의 신호
초반부, 주인공 경찰 듀오가 거액의 돈 가방을 발견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분위기를 설정하는 핵심 장면입니다. 여기서 사운드는 단순한 발견이 아닌 ‘변화의 시작’을 알립니다. 바다의 잔잔한 파도 소리는 점차 묵직한 베이스 톤과 뒤섞이며 불길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가방을 여는 순간 들리는 ‘지퍼 소리’와 ‘돈이 쓸리는 질감’은 청각적으로 욕망의 존재를 각인시킵니다. 이때 음향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선 인물의 혼란을 표현하며, 관객 역시 캐릭터와 함께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2. 욕망이 확산될 때, 일상의 소음이 무기가 된다
영화 중반부로 갈수록 욕망은 마을 전체로 퍼져나가고, 이와 함께 음향의 복잡도도 점점 증가합니다. 평범한 일상음—예를 들어 컵 부딪히는 소리, 문 여닫는 소리, 발걸음—이 점차 왜곡되어 듣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유발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대사 사이사이 삽입되는 ‘의도적인 정적’은 인물 간의 불신과 긴장을 강조하며, 마치 숨 막히는 듯한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러한 사운드 전략은 영화가 전하려는 주제—“우리는 욕망을 통제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상기시킵니다.
3. 블랙코미디의 클라이맥스, 소리로 만들어낸 아이러니
영화의 후반부,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시점에서는 클래식한 음악과 날것의 효과음이 공존합니다. 이는 블랙코미디 특유의 아이러니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로, 예를 들어 총격 장면과 함께 울려 퍼지는 낙천적인 멜로디는 관객에게 웃음을 주는 동시에 도덕적 불편함을 남깁니다. 또한 욕망의 결과로 인한 파국이 닥치는 순간, 갑작스러운 정적과 함께 들려오는 한 사람의 짧은 숨소리는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요약하는 강렬한 음향적 상징입니다.
결론
< 탐욕에 눈먼 자들 (Greedy People, 2025)> 는 탐욕이라는 본질적 주제를 블랙코미디라는 장르와 정교한 사운드 디자인으로 입체적으로 해석한 작품입니다. 단순한 배경음이나 분위기 조성이 아니라, 음향 자체가 극의 흐름과 메시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축으로 기능합니다. 저음의 불안, 일상의 소음 왜곡, 정적의 활용, 그리고 아이러니한 음악 구성까지—이 모든 요소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의 욕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 영화는 스크린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귀로도 느껴야 할’ 작품입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입장에서, < 탐욕에 눈먼 자들 >는 욕망의 드라마를 청각적 언어로 번역한 수작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영화를 극장에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청각의 예술성을 깊이 있게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