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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Movie)

영화<어브로드 (Abroad) (2025)>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서 시작된 실종의 미스터리

by lovelyjjjjj 2025. 5.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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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소리가 사라진 자리에서 시작된 실종의 미스터리

 🎧 서문: 낯선 땅, 낯선 소리, 그리고 그녀의 실종

 이국의 도시, 익숙하지 않은 언어와 문화.
 영화 <어브로드>(2025)는 여행의 설렘이 사라진 그 자리에 밀려든 음산한 공기와 불안감으로 시작한다. 평범한 커플이 오로라를 보러 떠난 여정이, 곧 실종과 추적이라는 스릴러로 변모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진가는 ‘소리’에서 드러난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브로드>는 단순한 미스터리가 아닌, 청각적 미장센으로 불안을 구축한 정교한 작품이다.

 초반부의 고요한 설렘, 실종 순간의 정적, 낯선 환경에서의 음성 정보 왜곡 등. 이 모든 소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닌 ‘서사’로 작동한다. <어브로드>는 음향을 통해 미지의 공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예시라 할 수 있다.

🌌 실종의 순간: 정체불명의 소리와 사운드의 침묵

 영화에서 민지가 실종되는 순간은 의도적으로 시청자의 청각을 조작한다. 숙소 밖에서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는 불분명하고, 방향성이 모호하다. 이 소리는 스테레오 사운드의 중심축을 흐트러뜨려, 관객마저 '태민'처럼 소리의 출처를 알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곧 이어지는 ‘침묵’. 이 부분에서 <어브로드>는 매우 영리하다. 실종이라는 큰 사건을 설명 없이 맞닥뜨리게 하면서, 배경음을 완전히 제거한 채 정적 속에 관객을 몰입시킨다. 정적은 긴장보다 더 큰 공포를 불러일으키며, 시선보다 먼저 ‘귀’로 위기를 인지하게 만든다. 실종의 순간을 다룬 수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어브로드>는 사운드로 그 위기를 ‘느끼게’ 하는 데 성공한 몇 안 되는 작품이다.

 🕵️ 추적의 소리: 이방인의 귀에 들리는 불신과 단절

 실종 이후 태민은 민지를 찾아 헤맨다. 하지만 그는 이방인이다. 언어의 장벽은 정보의 단절로 이어지고, 주변의 목소리조차 왜곡되어 들린다.
 이 영화는 이 지점에서 뛰어난 사운드 디자인을 보여준다. 외국인 캐릭터들의 대사는 일부러 왜곡되거나 필터링된 듯한 처리로 재생되고, 배경의 소음이 섞여 들어 정확한 이해를 방해한다. 이는 단순한 ‘외국어 처리’가 아니라,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대변하는 장치다.

 예를 들어, 경찰서 장면에서 태민이 심문받는 상황에서는 의도적으로 주변 소음(전화벨, 필기 소리, 누군가의 기침 등)이 과도하게 증폭된다. 이는 그의 불안감과 집중력 붕괴를 ‘사운드로 시각화’한 것이다. 이런 접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 긴장과 해소의 리듬: 음악의 타이밍과 여백

 <어브로드>는 전형적인 스릴러 음악 대신, 일상적이면서도 점진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배경음악을 선택한다. 특히, 실종 이후 1인 추적극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드물게 음악이 사용되며, 그 여백이 오히려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음악은 위협이 아닌 ‘불안’을 증폭시키기 위해 사용된다. 급격한 현악 사운드 대신, 서서히 올라오는 심장박동 같은 저주파음이 사용되며, 종종 음악 없이 오롯이 환경음만으로 장면을 끌고 나간다. 이처럼 배경음의 ‘유무’가 스릴러적 긴장을 조절하는 중요한 도구로 쓰인 것이 <어브로드>의 특징이다.

 또한, 이 영화의 후반부에는 조용하지만 강한 감정적 폭발을 유도하는 피아노 단선율이 삽입된다. 추적의 결말에 다가설수록, 음악은 인간적인 감정에 가까워지며, 끝내 관객에게 사건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 결론: 실종보다 더 무서운 건, 들리지 않는 진실

 <어브로드>(2025)는 사운드 디렉터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소리’를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서사의 구성 요소로 삼은 탁월한 예이다. 이 영화에서 진실은 쉽게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왜곡되고, 왜곡된 만큼 불신이 자란다.

 정체불명의 소리, 불분명한 언어, 주변의 시선과 환경음까지, 이 영화는 태민의 심리와 관객의 청각을 동기화시켜 간다. 스릴러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본질은 인간의 관계와 기억,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지워질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어브로드>는 시각보다 청각이 더 앞설 수 있는 서스펜스 장르의 진화를 보여준다. 사운드에 집중해서 다시 본다면, 전혀 다른 깊이로 느껴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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