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인가, 지배인가 - 심비오트의 두 얼굴
1. 서문
2018년 개봉한 영화 《베놈(Venom)》은 마블 코믹스의 인기 캐릭터 중 하나인 ‘베놈’을 주인공으로 한 다크 히어로물입니다. 전통적인 히어로 영화의 공식을 벗어나, 인간과 외계 생명체 간의 공생 관계를 중심으로 독특한 액션과 블랙 유머, 그리고 내면적 갈등을 그려냅니다.
기자 정신으로 무장한 에디 브록과 정체불명의 외계 생물 ‘심비오트’가 우연히 만나 하나의 존재가 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성과 괴물성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복잡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톰 하디의 강렬한 1인 2역 연기 역시 이 영화의 핵심적인 몰입 요소입니다.
2-1. 에디 브록, 정의감과 집착 사이
에디 브록은 사회 정의를 위한 진실 보도에 목숨을 거는 열혈 기자입니다. 거대 바이오 기업 라이프 파운데이션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건 취재를 감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는 몰래 잠입한 실험실에서 외계 생명체 심비오트와 접촉하게 되고, 그로 인해 에디의 삶은 급변하게 됩니다. 전직 앵커에서 하루아침에 도망자로 전락한 그의 운명은 심비오트와의 결합으로 인해 더욱 예측 불가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2-2. 심비오트, 본능과 목적의 충돌
심비오트는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 인간의 몸에 기생하는 외계 생물체입니다. 그러나 에디와의 결합 이후 단순한 기생 이상의 복잡한 유대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서로의 사고를 공유하며 때론 협력하고 때론 충돌합니다.
베놈은 에디를 통해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를 넓혀가지만, 여전히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본능을 숨기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두 존재는 하나의 육체 안에서 끊임없이 ‘지배할 것인가, 지배당할 것인가’를 놓고 내적 갈등을 벌이게 됩니다.
2-3. 이중성의 쾌감, 액션과 유머의 절묘한 조화
《베놈》은 다크 히어로의 정체성을 극대화한 영화로, 기존 히어로물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매력을 보여줍니다. 거침없는 액션은 물론이고, 에디와 베놈의 티키타카처럼 엇갈리는 대화 속 블랙 유머가 관객에게 신선한 재미를 줍니다.
또한 인간과 비인간 존재 간의 공생이라는 SF적 상상력은 단순한 싸움의 서사를 넘어, 존재론적 질문까지 던지게 만듭니다. 선과 악, 인간성과 괴물성, 주체와 객체 사이의 경계를 탐험하는 이 영화는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물의 틀을 탈피합니다.
3. 결론
《베놈(Venom)(2018)》은 단순히 강한 힘을 가진 영웅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진실을 좇는 기자 에디 브록과, 파괴적 본능을 지닌 외계 생물 심비오트가 함께 만들어가는 독특한 다크 히어로의 초상입니다.
이 영화는 정의감과 광기, 유머와 공포가 한데 섞인 오묘한 서사를 통해 ‘공생’의 의미를 되묻고,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지금까지의 히어로물에 물린 이들이라면, 《베놈》은 분명 새로운 해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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