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거짓 속에 감춰진 사운드의 리듬
서론
2025년 6월 20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 <더 달콤살벌한 (Semi‑Soeter, 2025)> 는 전작 2012년작 세미‑수트의 장수한 후속작으로, 공개 직후 41개국에서 인기 급상승 콘텐츠로 선정되며 글로벌 관심을 받았습니다. 광고업계 파워 커플 Jaci(아넬 알렉산더)와 JP(니코 파나지오)가 유아용품 브랜드 캠페인을 따내기 위해 ‘부모 코스프레’에 도전하며 벌어지는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밝은 코미디로 끝나지 않습니다. ‘거짓된 가족’이라는 설정을 통해 인간 관계의 본질과 삶의 가치에 대해 묻는 정서를 지니고 있으며, 특히 사운드 디자인에서는 캐릭터의 심리 선과 극적 리듬을 효과적으로 드러내는 섬세한 음향 설계를 볼 수 있습니다. 사운드 디렉터의 시점으로 보면, 음향이 이야기를 이끌고 캐릭터를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도구로 기능하는 매력적인 사례입니다.
1. 광고 프레젠테이션과 캠페인의 템포를 조절하는 사운드
영화의 핵심 무대는 광고업계이기 때문에, 사운드는 곧 프레젠테이션과 캠페인의 리듬을 형성합니다. 사운드 디렉터는 긴박한 발표 장면에서 타이핑 소리, 노트북 덮는 소리, 클릭 소리 등을 보조 사운드로 과장하여 긴장감과 몰입도를 높입니다. 반면 리조트에서의 홍보 촬영이나 팀워크 장면에는 밝고 경쾌한 배경 트랙을 배치하고, 웃음과 효과음(물 건들 때의 튕김 소리, 경쟁 구도를 강조하는 삑삑거림 등)을 적절히 삽입하여 장면 전환과 감정 변화를 잘 반영합니다. 이러한 음향의 리듬 설계는 단순한 코믹 연출에 그치지 않고, ‘광고인의 일상을 귀로 느끼는’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2. 거짓된 부모 코스프레가 만든 부자연스러운 정서의 울림
Jaci와 JP가 가짜 부모 역할을 하기 위해 겪는 불안과 신경전은 음향에서도 표현됩니다. 남자아이 울음소리, 기저귀 갈림 소리, 심호흡, 급하게 뛰는 발걸음, 긴장된 목소리의 떨림 등은 단순한 효과음이 아닙니다. 이들은 캐릭터의 감정적 불안함과 갈등을 그대로 드러내는 ‘음향의 감정 코드’ 로, 사운드 디렉터는 이 부분을 매우 조심스럽게 연출했습니다. 특히 웃음기 뒤에 깔린 조용한 불안 - 예: 무언가 망가질 듯한 순간에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정적’ - 이 영화에서는 오히려 웃음보다 더 깊은 공감을 만들어냅니다.
3. 익숙한 유머 속에서도 드러나는 정서적 포인트
이 작품은 여러 리뷰에서 “진부한 클리셰”라는 평도 있지만, 그럼에도 음향의 타이밍 조율은 상당히 신선합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디아퍼(기저귀) 사고’ 장면에서 사운드 효과는 익살스럽지만, 그 직전 등장하는 조용한 앙상블(예: 배경음 줄어들고 아이의 작고 부드러운 숨소리 강조)은 관객에게 ‘방금 지나간 사건’보다 그 순간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만듭니다. 또한 광고 피칭 실패 후의 정적과, 남편과 아내의 조용한 대화 장면에서 숨소리와 마우스 클릭 소리가 겹치며 ‘어색한 진짜 가족’ 으로 넘어가는 음향 전환은 캐릭터의 감정 성장과 관계 변화를 사운드만으로도 명확하게 드러냅니다.
결론
<더 달콤살벌한 (Semi‑Soeter, 2025)> 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로 소비될 수 있지만, 사운드 디자이너의 시점에서 보면 훨씬 더 복합적인 음향 건축물입니다. 웃음과 긴장을 오묘하게 조율하며, 캐릭터가 겪는 심리적 혼란과 관계 변화를 음향으로 구체화합니다. 완전히 새롭거나 급진적인 영화는 아니지만, 익숙한 클리셰 속에서도 사운드로 감정의 깊이를 찾는 음향적 완성도가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 발표실, 리조트, 가족 공간은 모두 사운드를 통해 하나의 경험으로 재구성되며, 그 경험 속에서 관객은 과장된 웃음 너머의 ‘가짜와 진짜’ 사이를 귀로 느끼게 됩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속에서, 소리를 통한 ‘작지만 깊은 몰입’의 예시를 찾고 싶다면 <더 달콤살벌한>는 충분히 주목할 만한 영화입니다.